한국일보

<취재수첩> 분향소의 두 노병

2010-05-0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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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고생이고 큰일이겠습니까?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이 숱하게 많은데..."

SV한인회(회장 김호빈)가 중심이 되어 지난달 27일 마련한 천안함 희생자 46인 합동분향소를 6일(4월27-5월2일) 동안 계속해서 지킨 재향군인회 SV분회 최병선 회장과 북가주 해병대전우회 이세형 회장의 채 끝맺음 못한 답변이다.

전역 군인 단체의 회장을 각각 맡고 있는 두 사람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또한 이 자리에는 김호빈 SV한인회장과 조지아빠로 오히려 더 유명한 김성인씨도 분향소를 떠나지 않았다. 덕분에 김 회장은 북미주 CBMC(기독실업인회)가 SV에서 문을 연 제3기 CEO스쿨에도 등록했으나 잠시 짬을 내 다녀올 뿐이었다.


지난해에도 SV에서는 두번의 분향소가 마련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한인회장으로서 직분을 다하기 위해 분향소를 마련 조문객을 받는 등 노력했던 남중대 전 한인회장의 노고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와는 분명 상황이 달랐다. 그 당시에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너무나 분명하고 극명했기에 분향소를 찾는 이들도 확실히 나눠짐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천안함 희생자들은 정치적인 문제가 결부되지 않아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조문객이 다녀갔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SV한인회는 이번 분향소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을 택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쉽게 분향소를 찾아 조문할 수 있었다.

반면 일부 한인들은 "저거 왜 여기 차려놨어"라며 그냥 물끄러미 보고 지나쳐 갔다. 정말 진한 안타까움이 전해졌다. 차라리 타커뮤니티 사람들 중에서는 분향소를 보고 다가와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뒤 자초지종을 듣고 조문을 한 뒤 음료수 등을 사다주며 위로를 해주는 이들도 있었단다.

"저거 왜 여기 차려놨어"라며 내뱉고 가는 이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그 중에는 희생자들에 대한 본국정부의 지나친 처사에 대한 반발일수도 있겠고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명백하게 따져보면 46인의 용사들이 영웅은 아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추서한 화랑무공훈장을 받을만한 공을 세우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역할을 다하다가 운명을 달리한 것이다.

46인의 용사들이 우리의 동생이나 아들, 조카, 손자라는 생각을 한번 쯤 해 봤다면 바쁜 걸음이라도 잠시 멈춰 그들의 명복을 빌어주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 이런 불행한 사태가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또다시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 한인동포들은 우리의 가족이나 친척 혹은 이웃의 일이라 생각하고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희생자들의 상주를 자처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킨 두 노병을 생각하며 한마디 던져본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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