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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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즈 기브 (Please Give)

2010-04-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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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가 너무 불쌍해… 이 돈이면 너무 적을까?”

▶ 뉴욕 아파트의 각양각색 사람들 그려

★★★½ (5개 만점)

뉴욕의 아파트에 사는 각양각색의 중류층 사람들의 행동과 관계와 대사를 통해 현대 도시인들의 시시콜콜한 잔걱정과 좌절 그리고 불안정감을 진지하면서도 우습게 그린 대사와 연기 위주의 좋은 드라마다.

앙상블 캐스트의 연기가 훌륭한데 말들이 신랄하긴 하지만 결코 악의는 없는데 있는 자의 없는 자에 대한 죄의식과 무모한 선행 그리고 중년의 위기와 죽음과 여자의 미와 체중에 관한 집념 등 다양한 소재를 재치 있게 다루고 있다.


여류 감독 니콜 홀로프세너의 인물들과 함께 걱정하고 연민하는 동정적이요 섬세한 여성적 터치가 무리가 없어 듣고 보기가 좋은데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좋아할 영화다.

영화는 처음에 유방암 검사를 받는 모양과 크기가 각기 다른 유방들을 클로스-업한 몽타주로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검사실의 방사선 기사인 내성적인 레베카(레베카 홀)는 자기와 스파의 얼굴 마사지사로 미에 집착하는 여동생 메리(애만다 피트)를 어릴 때부터 키운 91세난 할머니 앤드라(앤 모건 길버트)를 정성껏 돌보는 착한 여자. 반면 따로 나가 사는 메리는 사사건건 못마땅해 시비를 거는 형.

메리의 옆 아파트에 사는 중년부부 케이트(캐서린 키너)와 알렉스(올리버 플랫)는 고가구 전문점 주인인데 이들은 주로 물건을 방금 죽은 사람의 집에서 헐값으로 구입해 고가로 판다.

이 때문에 마음이 착해 홈리스만 보면 돈을 주는 케이트는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얼굴에 여드름이 나고 다소 과체중인 10대의 딸 애비(새라 스틸)가 있는데 애비는 착한 아이나 성질이 있다.

그런데 알렉스 부부는 옆집의 앤드라가 죽으면 그 아파트를 사서 자기 집을 넓힐 계획을 하고 있어 메리의 증오의 대상이다. 한편 케이트는 자기 딴에는 선행을 한다고 애만다의 생일잔치를 자기 집에서 해주면서 두 집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는데 여기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의 전쟁이 듣고 볼만하다.

그 말들에서 보통 때 내면에 잠복해 있던 진실들이 튀어나오는데 여하튼 잔치는 실패. 알렉스에게 이득(?)이 있다면 이 만남을 통해 메리와 바람을 피우며 중년의 위기를 나름대로 잠시나마 풀어보려고 시도하는 것.


영화는 특히 케이트가 자신의 가진 것에 대한 죄책감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우습게 보여준다.

케이트는 홈리스에게 거금 20달러를 주려다가 딸에게 그 돈을 빼앗기고 야단을 맞는가하면 봉사단체들을 찾아가 봉사하려고 시도하나 봉사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 역시 실패한다.

여러 인물들 중에서 가장 보기 좋은 사람이 과묵하고 진실하며 성실한 레베카. 그는 진흙 속의 연꽃과도 같은 아름다움을 지녀 병원을 찾는 한 나이 먹은 여인이 자기 조카를 소개해 주면서 두 남녀가 고요하고 고운 관계를 맺는다.

연기들이 다 좋지만 특히 절제하는 연기를 보여준 홀과 죄책감 때문에 안절부절 못하는 키너의 그것이 돋보인다. R. Sony Pictures Classics. 일부 지역.



내성적인 레베카(레베카 홀·왼쪽)와 성질 고약한 동생 메리(애만다 피트).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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