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육칼럼/ 자녀의 올바른 식습관

2010-04-26 (월)
크게 작게
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지금 미국은 심각한 아동비만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07-2008년도 미 전국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2세에서 19세 아동 및 청소년의 비만율은 17%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동 비만율이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증가해왔다는데 있다. 급기야는 미셀 오바마 영부인까지 나서서 미국의 아동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만들어 대대적인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CNN에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라는 유명한 요리사가 출연하여 미국의 학교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비만전쟁 프로그램을 소개한 적이 있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야채와 채소 이름을 제대로 맞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토마토, 가지, 브로컬리 등을 난생 처음 보는 것처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한 학부모의 집을 찾아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을 꺼내어 식탁에 올려놓았다. 온통 1회용 피자, 소시지, 햄과 같은 정크푸드가 대부분이었다. 부끄럽고 당황스런 표정을 보이던 엄마는 “이런 음식을 먹게 되면 아이들의 수명이 10년에서 15년 정도 단축된다”는 요리사의 설명을 듣고는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비만은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비만한 아동은 심혈관계질환, 제 2형 당뇨병, 천식과 같은 건강문제를 일으킨다. 더욱 무서운 것은 아동기의 비만은 성인기의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0세-15세경에 비만했던 아동의 80%는 25세경에도 비만한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에는 심장병 때문에 수술대에 오르거나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아동들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한참 성장하는 시기에 비만하게 되면 여러 가지 심리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 시기에 비만한 체형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거나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게 되면, 사회성 문제, 대인관계 문제, 낮은 자아존중감, 기분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비만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많이 발병되고 있는 섭식장애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자신의 몸무게와 외모에 대해 불만을 품고 음식섭취를 거부하거나 폭식을 한 후 토해내기도 한다.

우리 한인 아이들도 비만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한인 아이는 비만문제 때문에 친구들과 형에게 놀림을 받아서 분노조절문제와 행동문제가 발생했다. 한 여자 중학생 아이는 벌써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수준을 넘어서서 음식조절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사람들 사이에서는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는데, 이렇게 비만한 아동과 청소년들은 건강의 위험은 물론 심리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다분하다.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먹거리를 섭취하는 습관을 기르게 도와야 한다. 우선, 아침을 꼭 먹이는 게 좋다. 바쁜 출근과 등교 때문에 아침을 거르는 가정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침을 거르게 되면 점심에 폭식을 하게 되고 학습 집중력도 상당히 떨어진다. 아이들에게서 많이 발병되는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가 섭취하는 음식 때문에 생긴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필수 영양소를 섭취한다면 주의력 문제가 호전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비만의 원인이 되는 소다, 설탕함유 음료, 사탕과 초콜릿, 피자, 햄버거, 소시지, 튀긴 음식 등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대신, 야채와 과일, 잡곡,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마그네슘과 철분, 아연이 많이 들어가 있는 먹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사람들이 김치를 일정기간 안 먹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듯이 미국인들도 종종 햄버거 생각이 난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맥도널드와 버거킹에서 길들여진 음식기호가 성인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각 햄버거 체인점들은 앞다투어 어린이 고객을 위한 메뉴에 꼭 선물을 끼어 넣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예전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고려인 4세 할머니가 한국말을 못하는데 먹는 음식은 완전 한국 사람처럼 된장, 고추장을 먹고 있었다. 언어와 문화는 잊혀졌지만 음식습관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어렸을 때의 음식습관은 평생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은 음식을 섭취하고 건강한 식사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양육과제이다. 부모의 식습관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선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건강한 식생활습관에 길들여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건강한 아이가 성공적인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