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페르시아 고양이에 관해 몰라 (No One Knows about Persian Cats)
2010-04-23 (금)
★★★½
이란의 반체제 감독으로 쿠르드계(‘술 취한 말들의 시간’ ‘반달’)인 바만 고바디의 이란 지하 인디 록뮤직과 그룹에 관한 허구와 사실을 혼성해 만든 흥미 있는 작품이다. 이란 정부는 서양 록뮤직과 여자 혼자 노래 부르는 것을 오래 전부터 금지해 왔는데 이 영화는 이런 상황 하에서 지하로 숨어 작곡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는 여러 가지 장르의 젊은 음악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제목은 개나 고양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올 수 없는 이란의 법에 빗대어 집 안에 숨어 활동해야 하는 청춘들의 처지를 표현한 것. 이 영화는 음악영화이자 이란 정부의 압제적 정책을 비판하고 고발하면서 아울러 예술의 자유를 호소하고 있다.
내용은 런던에서 공연을 하려는 두 젊은 음악인 네가르와 아쉬칸(둘 다 실제인물)이 함께 공연할 밴드 멤버를 찾아다니면서 CD와 DVD 해적판 제조자인 말 많은 나데르(하메드 베다드)와 함께 테헤란 시내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는 록그룹을 방문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나데르는 네가르와 아쉬칸이 출국하는데 필요한 비자와 패스포트를 암시장에서 마련해 주는 일까지 돕는다.
셋이 옥상과 헛간과 소 외양간 등에 엉성한 방음시설과 함께 설치한 리허설 장소에서 연습하는 록그룹들을 방문하면서 이란 인디 록의 실상이 상세히 노출되는데 음악이 아주 다채롭고 가사도 훌륭하다. 이들은 록과 랩과 재즈성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데 가사 중에는 숨 막힐 듯한 이란의 현실을 고발 풍자하고 또 하소연하는 것들이 있다.
인디 록그룹의 모습과 함께 이들의 소음(?)에 대한 주변 주민들의 반응 그리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이란 경찰과 부패한 관료주의의 내막이 유머를 섞어 그려진다. 특히 소 외양간에서 연주하는 그룹의 음악에 대한 소들의 반응을 찍은 장면이 우습다.
질서정연한 얘기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고 즉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테헤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찍었는데(고바디는 당국을 속이고 게릴라식으로 찍었다) 록밴드가 연주할 때 그 리듬에 맞춰 빠른 속도로 찍은 테헤란의 현실이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는 끝이 매우 멜로 드라마적인데 그것도 젊은이들의 예술의 자유에 대한 항거요 통곡으로 보면 되겠다. IFC. 랜드마크(310-281-8233), 선셋 5, 플레이하우스 7(패사디나), 타운센터 5(엔시노).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이란 젊은이들의 록그룹은 자하에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