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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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플랜 (Back-up Plan)

2010-04-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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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수정한 것 왜 말 안했어?”

▶ 사랑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경박한 멜로물

★★ (5개 만점)


수퍼스타 제니퍼 로페스의 과장된 연기와 억지로 짜 맞춘 얘기를 비롯해 상황이나 분위기 등 모든 것이 가짜다.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다투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더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서푼짜리 멜로드라마다.

알맹이가 전연 없는 아주 경박한 영화로 빈곤한 얘기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려다 보니 쓸데없는 잔소리 같은 에피소드를 마구 쑤셔 넣어 TV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일종의 데이트 영화로 여성팬 용인데 여자들이 하나 볼 것이 있다면 이 영화로 할리웃 장편 극영화에 데뷔한 호주배우 알렉스 오러플린. 신체 건강하고 잘 생겼는데 기회 있을 때마다 상반신을 벗어 제치고 조각 같은 맨몸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하찮은 영화다.

영화는 처음에 조이(로페스)가 산부인과 진찰실에서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인공수정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조이는 뉴욕 맨해턴에서 펫샵을 경영하고 있는데 나이가 점점 들면서도 제대로 된 배필을 못 찾아 인공수정을 한 것.

조이는 병원에 갔다 온 직후 어느 비 오는 날 택시를 타려다 자기 택시에 불쑥 동승한 미남 스탠(오러플린)을 만나게 된다. 둘이 서로 제 택시라고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니 둘이 연애하게 생겼다.

둘은 일단 처음에는 헤어지나 어느 날 조이가 거리에서 열린 파머스마켓에 갔다가 거기서 오개닉 치즈를 파는 스탠을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이 가까워질 것은 당연지사. 조이와 스탠은 급속도로 로맨스의 불이 붙는데 둘이 함께 스탠의 농장에 갔다가 치즈 저장소에서 화끈한 섹스를 한다.

그리고 조이는 스탠에게 자기가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가졌다고 뒤늦게 통보한다. 이것이 화근이 돼 조이와 스탠은 첫 번째 사랑싸움을 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바보천치가 아니라면 둘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이렇게 뻔한 얘기를 장시간 이끌고 가자니 재주 없는 각본가와 감독 앨란 풀은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삽화식 잔말을 잔뜩 집어넣어 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로맨틱 코미디는 모두 처음부터 결말을 알게 되지만 그 같은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어떻게 얘기를 아기자기하게 이끌어 가는가 하는데 영화의 재미가 있다.

왕년에 나온 걸작 스크루볼 코미디들인 ‘엄청난 진실’과 ‘레이디 이브’ 등이 깨소금 맛 나게 재미있는 것도 이 중간 부분을 기차게 똑똑한 플롯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들에 비하면 이 영화는 타작 중의 타작이다.


각설하고 조이와 스탠은 화해를 하고 스탠이 짐을 싸들고 조이의 아파트로 거처를 옮기면서 둘은 다정하게 살다가 또 싸우고 헤어진다. 여기에 조이가 참석하는 싱글 맘 모임의 에피소드와 그 중 한 여인의 가내 수중출산 장면과 함께 뒤에 소형 수레를 끌고 다니는 조이의 애완견이 사람만큼이나 큰 배역을 맡으면서 한 구실한다.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를 한 조이와 스탠은 그 뒤로 내내 잘 살 것이다. PG-13. CBS Films.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스탠(왼쪽)과 조이는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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