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우울증

2010-04-1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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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 지인의 입관식에 다녀왔다. 서른넷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부검 없이 화장을 결정했기에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결론지은 듯 했다. 최근 우울증 처방약을 복용해왔다는 가족들의 이야기도 들렸다.

요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소식이 자주 들린다. 그것도 40대 후반 갱년기에나 나타나던 우울증이 아니라 20~30대의 우울증이다. 지난달 한국 연예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가수 최진영의 자살 동기도 우울증이었다. 누나 최진실의 자살 후 생긴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 자살.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사이지만 간접적인 동기는 우울증 처방약에 인한 우발적 행동이라고 했다. 우울증을 고치고 싶어 처방약을 복용했는데 역효과가 났다는 것인가.

알고 보면 우울증 처방약의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할리웃 영화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38세의 코리 하임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28세의 할리웃 스타 히스 레저가 수면제, 신경안정제 등 6가지 처방약들의 우발적인 과용으로 사망했다. 또, 32세의 브리트니 머피는 폐렴과 빈혈, 여러 처방약의 중복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두가 법적인 하자가 없는 처방약을 과다하게 복용해 사망한 경우이다.


심각한 것은 처방약 과다 복용의 급속적인 확산이 할리웃에만 국한되지 않는 점이다. 요즘 미국에서 과다복용에 의한 사망 원인 1위가 마약도, 마리화나도 아닌 ‘처방약’이라고 한다. 처방약에 중독된 이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닥터 샤핑’을 하는데, 각 환자마다 어떤 처방약을 얼마나 받아갔는지 알아보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기에 원하는 처방약을 얻어내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또한 불면증과 극심한 불안 장애를 호소하면 신경안정제 혹은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데, 이 때 “절대 술을 마셔선 안된다”라고 경고한다. 취기가 돌 정도면 약 성분과 알코올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충동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어찌 그런가. 하물며 우울증 환자들 중에는 처방약을 복용하기 이전 술에 의존한 이들이 상당수 되지 않을까.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여겨질 만큼 흔하지만 예방법은 막연하다. 긍정적인 태도, 마음 비우기, 스트레스 줄이기,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많이 웃기, 정서적인 저항력 기르기 등등. 그러나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이 처방약에 의존하고 있다. 뇌 전달 물질의 균형을 이뤄야 우울증이 개선된다고 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약이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


하은선 / H 매거진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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