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만점)
“내가 죽었다고?” 이색 심리공포물
과연 죽음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며 또 죽음 후의 삶이란 있는 것일까? 이 영화는 이런 물음을 묻는 초자연적 분위기의 스타일 있는 이색 심리공포 스릴러다. 병적이요 변태적으로 영화 내내 장의사 내 사체를 마무리하는 차가운 장례 준비실을 무대로 얘기가 진행돼 으스스한 냉기를 느끼게 된다.
얄궂은 소품에 잘 나오는 커다란 눈을 한 작은 체구의 크리스티나 리치와 거구의 리암 니슨이 공연하는 일종의 2인 실내극으로 두 사람의 신체적 대비와 함께 시종일관 벌이는 상호 간의 언어와 정신적 대결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 작은 도시의 초등학교 선생인 아나(리치)가 동네 장의사 엘리옷(니슨)의 사체 단장실에서 깨어난다. 아나는 교통사고로 사망해 이곳에 옮겨진 것. 그런데 아나는 죽기 전에 애인 폴(저스틴 롱)의 아파트에서 빨간 코피를 흘리는 일종의 사망 전조를 경험하는데 이어 느닷없이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새빨갛게 염색한다.
빨간 속치마 차림으로 사체실에서 깨어난 아나는 자기가 죽지 않았다며 엘리옷에게 자기를 놓아달라고 요구하나 엘리옷은 그것은 죽은 사람들이 죽음 직후 자기들의 죽음을 못 믿는 통상적인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죽음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한다. 그런데 엘리옷의 침실 벽에는 자기가 사체를 처리한 죽은(?) 사람들의 인물 사진들이 수십 장 붙어 있다.
자기가 죽지 않았다고 믿는 아나의 탈출 시도와 아나에게 그가 죽었다는 것을 설득하는 엘리옷의 실랑이가 계속되면서 아나는 서서히 자기가 정말로 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끔 된다.
한편 폴은 도저히 아나가 죽었다고 믿어지지가 않아 엘리옷을 찾아가 아나의 사체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나 거절당한다. 폴이 아나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이 스릴러 식으로 진행되나 이 영화는 심리극 면이 강하고 또 잘 처리된 반면 스릴러로서는 약하다.
과연 아나는 죽어서 지금 이승과 저승 사이에 머무르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엘리옷의 제물로 장의사 안에 갇혀 있는 것인가. 리치의 다부진 연기와 니슨의 저승사자와 같은 모습과 무표정한 연기가 대조를 이루며 극적 흥미를 자아낸다. 모든 사람의 구미에 맞을 영화는 아니나 희한하고 특이한 예술적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 번 보도록 권할 만하다.
아그니스카 보토비츠-보슬루 감독.
R. Anchor Bay. 일부 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 hjpark@koreatimes.com
아나(왼쪽)와 엘리옷이 생과 사의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