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0-03-2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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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생(生) 지키기 위해
까마득히 절벽 쌓고 있는 섬

어디 지랑풀 한 포기
키우지 않는 섬

눈 부릅뜨고
달려오는 파도


머리칼 흩날리며
내려앉는 달빛
허연 이빨로 물어뜯으며……

끝내 괭이갈매기 한 마리
기르지 않는 섬

악착같이 제 가슴 깎아
첩첩 절벽 따위 만들고 있는 섬


이은봉(1954 - )


독도 같은 섬일까. 사람은 물론 풀 한 포기, 괭이갈매기 조차 살지 않는 곳이다. 주위를 둘러싼 첩첩절벽은 파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섬이 스스로 가슴을 깎아서 만든 것이란다. 지독한 외로움과 풍파를 견뎌내기 위한 생존방식이라고 한다. 남과 잘 안 어울리고 유달리 거칠어 보이는 사람도 알고 보면 남모르는 외로움과 연약한 부분을 견디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달빛을 허연 이빨로 물어뜯는다고 한 섬에 대한 묘사가 처연하다.


김동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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