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문가 칼럼 - 자녀의 성교육

2010-03-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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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대화로 믿음 줘야
심하면 전문가와 상담필요

“민감한 부분이라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못해서 조심스럽게 질문 드립니다.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입니다. 생활 속에서 엄마 아빠와의 스킨십을 필요로 하고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는 편입니다.


언제부턴가 자위행위처럼 속옷 속으로 손을 넣어 자신의 것을 만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 한 번은 한국에 갔을 때 KTX를 타고 가다가 둘째 아이가 잠투정을 해서 셋 이 함께 앉을 수가 없어 뒤쪽 빈 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했습니다.

한참 후 잘 있는지 궁금해서 뒤돌아보니 자리에 누워 바지 속에 손을 넣고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자연스런 현상인지 아니면 무슨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는지 가끔은 못 본척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애써 장난하는 척 하면서 ‘너 자꾸 그렇게 만져대면 고추 망가진다’고도 해보지만 별로 변화가 없습니다”

자위행위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는 발육상의 자연스러운 모습 중 하나입니다. 사실은 아주 어린 유아들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자극하는 행동을 하여 부모를 놀라게 하기도 합니다. 유아와 아동 나이의 세 명 중 한명이 자신의 몸을 관찰하다가 자위행위를 배우게 된다고 합니다.

자신의 발이나 다리를 만져보듯이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몸의 구석구석을 모두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극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면 본능적으로 계속해서 만지게 되는 것이며 어른들이 흔히 생각하는 “어디에서, 무엇을 봐서 그런가?”라는 짐작은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유의할 점은 어린이의 자위행위는 졸리거나, 지루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 자주 하게 되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하는 자위행위는 유아들에게 고무젖꼭지를 물리는 것과 같은 안정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불안함과 초조함이 생활 속에서 많은 아이들이 자위행위로 안정을 찾으려는 모습이 자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혹시 현재 생활 속에 불안이 크게 자리 잡고 있지는 않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많은 분들이 자위행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위는 변태행위의 일종이다. 자위를 하면 여드름이 나게 된다. 어린이의 자위행위는 나이에 맞지 않게 성에 대해 알게 되어 시작된다. 자위행위는 정신질환과 관계가 있다. 자위행위로 성병에 걸릴 수 있다. 자위행위는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자위처럼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등 입니다.

이런 오해와 더불어 어느 정도는 우리에게 사회, 문화적으로 성에 대한 죄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부모든 이런 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자녀에게 자위행위에 대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어 넣어주거나 부모의 당황함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좀 더 자연스럽게 느끼고 프라이버시의 인식 등을 통해 사회적인 적응으로 조심스럽게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는 성에 대한 무분별함이 난무하는 영화와 TV 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등으로 부터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자녀는 언젠가는 성에 대한 사회적인 영향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므로 우리는 자녀에게 건전한 성교육을 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랑하고 우려해 주는 부모를 통해 성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학교 등에서 자신의 나이에 비해 성에 대한 너무 많은 지식을 가진 다른 학생에게로부터 성교육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진보적인 부모는 자녀의 자위행위를 발견하면 이것을 자녀와 열린 관계로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로 만듭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사춘기와 틴에이지를 앞둔 자녀와 대화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것을 기회로 어려운 것을 같이 대화할 수 있도록 오픈해 버리는 것입니다.

물론 자위행위에 대해 자녀와 대화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고 계속적인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앞으로 말하기 어려워서 부모에게 숨기는 일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엄마는 딸아이에게 베드타임 스토리를 읽어 주다가 뭔가 이상해서 보니 9세의 딸이 스토리를 듣고 있으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방에서 바로 나와 남편과 잠시 상의하고 엄마는 다시 들어가서 자위행위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런 건 그래서 기분이 좋은 거다. 하지만 그건 프라이버시이고 혼자만의 행동이니까 문을 닫고 해야만 한다”고 타일렀습니다.
이는 실로 지혜로운 임기응변이고 용기 있는 대단한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죄책감을 불어넣거나 못하게 하면, 딸은 점점 숨어서 하는 행동들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조금만 불편하면 엄마와 대화하지 않고 숨기는 패턴이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자녀와 성에 대해 오픈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만큼 서로에게 믿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자녀가 누군가에게 자위행위를 배웠다든지, 다른 사람의 자위행위를 도왔다든지, 반복적으로 주의를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남들 앞에서 자위행위를 고의로 노출시킨다면 전문가를 통해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714)293-0123, www.drjustinchoe.com

저스틴 최 /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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