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 바랜 사랑

2010-03-2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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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이슈는 사랑이다.꽃을 가꾸면서도 사랑을 주면 잘 크고 동물도 사랑이 없으면 키우기 힘들다.

그런데 요즈음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것은 그들이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가끔 결혼 적령에 있는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결혼 상대를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게 된다.


“신랑감이라면 돈 많고 잘생기고 키가 커야지요” 아가씨들의 대답이다.
“인물이 있어야지요. 다음은 여자도 생활 능력이 있어야하고.” 총각들이 보편적으로 하는 말이다. 예쁘고, 학력이 있고 등등의 조건을 들면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럼 사랑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으면 “사랑이요?” “돈이 없으면 매일 싸움만 하쟎아요!”아주 현실적인 대답이다.

지금 아이들은 일찍 성숙해서 돈이 없고 생활이 힘들어지면 사랑이라는 것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터득한 모양이다.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집안 보고 결혼을 시켜서 사랑은 살을 비비고 사느라면 생기는 것이고 잘 아는 좋은 집안끼리 혼인을 해서 모양새 좋게 잘 살아주기를 강요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사랑이라는 것에 목이 메도록 애타게 갈망했다.

반 세기 전에 젊은 날을 살아온 나는 옛 소설 속의 인물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방문을 걸고 들어앉아 문자만 두들기고 있으면 행복한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 대화가 끊어지고 사람 사이에 정을 나눌 필요가 없게 된 시대다.

부모들은 자식의 혼인에 조언할 능력도 없고 입도 뻥끗 못 하고 제발 좋은 상대를 데리고 와 주기를 마음 조리며 기다릴 뿐이다. 기대에 많이 어긋나도 혀를 깨물고 라도 잔소리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강혜정 / 폴스처치,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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