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경기에 머리손질도 절반으로?

2010-02-21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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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랜드 리스이용원 이창구 원장에게 들어보니…

이용원(이발관)와 미용원(미장원)은 세상사 이야기의 정거장이다. 어디는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어떤 사건의 선은 이렇고 후는 저렇고, 세상 돌아가는 갖가지 이야기들이 거기서 모아지고 흩어진다. 오클랜드 다운타운 14가에서 웹스터 블러버드 북쪽 방향으로 여나믄걸음쯤에 자리잡은 리스이발관도 예외가 아니다.

“아이구 말도 마세요. 경기가 이러니 다들 힘들다는 소리죠 뭐.”
만 18년이 다 되도록 그곳을 지켜온 이창구 원장(70, 사진)은 “(머리가) 좀 길더라도 세번 오실 거 두번 오시고 해서 손님이 한 50%는 줄었다”며 “올해 (경기가) 좋아진다 좋아진다 그러지만 작년보다 더 안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늘(18일) 이렇게 오시잖아요. 그러면 아까 오신 손님이랑 대개 비슷한 때 오셨거든요, 전에는. 그래서 다음에 오시면 그 손님도 오시겠다, 이렇게 짐작이 되고 거의 맞았거든요. 그런데 요새는 그런 게 다 소용없어요. 직장에 더 못다니고 비즈니스 닫고 그러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게 안맞아요.”
1982년 이민을 와 10년동안 루핑 비즈니스를 하다 지금 그 자리에 이용원을 열어 오는 14일이면 만 18년이 되는 이 원장은 너털웃음과 함께 “그래도 손님들 얘기 들어보면 이렇게 문 열고 있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며 손님들이 풀어놓은 힘겨운 세상살이 이야기들을 조각조각 전해줬다.


“건축일 하시는 양반이 있는데 두달동안 이틀인가밖에 일을 못했대요. 아무리 못해도 한달에 열흘은 해야 될텐데 어떻게 살겠어요. 식당 하시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손님들이 많이 빠진 것도 큰일인데 오시는 손님들도 전같이 갈비나 뭐 이런 건 잘 안드시고 주로 5불6불짜리 이런 걸 드신대요. 40대 이런 젊은 사람들이 전에는 한달에 한두번 식구들이랑 외식도 하고 그랬는데 저녁시간에 그렇게 할라치면 팁까지 해서 한 100불 금방 깨지잖아요. 요새는 팁 주는 돈으로 햄버거나 이런 거 싼 걸로 때우고 그런다네요. 그러니 장사가 되겠어요? 하도 안되니까 종업원이 미안해서 그만두기도 한다네요. 열에 하나나 좀 될까, 잘되는 게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말 들어보면.”

이 원장은 “요 앞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만 봐도 (경기가) 얼마나 안좋은지 알 수 있다”며 “이 시간(평일 점심시간) 되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지 않냐”고 유리문밖 이용원앞 보도를 가리켰다. 5년불변 요금(14달러)과 함께 건네는 팁을 “와주시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됐다”고 사양하면서 그는 “어서 좀 좋아져야 할텐데 큰일이요 큰일”이란 말을 두어번 더 되뇌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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