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의 사랑

2010-0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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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겨울은 워싱턴 지역답지 않게 많은 눈이 내렸다. 126년 만에 기록을 세운 눈은 이른 봄 날씨처럼 따뜻한 날이 며칠 계속되면서 간 데 없고 목련 꽃나무가 꽃망울을 트려 하는데 문득 오래 전에 접했던 한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만들어낸 어느 인물이 생각난다.

한 젊은 여인이 아기를 안은 채 산을 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는데 그날따라 강풍과 한파와 폭설이 휘몰아쳐 순식간에 온 대지가 하얀 눈으로 쌓여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 보니 해는 지고 어두움이 오고 긴장이 엄습 하면서 기력이 고갈되어 눈 속에 묻히고 말았다.

다음날 구조대가 수색을 하는데 눈 속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급히 눈을 털어 내자 그 속에서 여인의 나신이 들어 났다 여인은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서 아기의 몸을 감싸 안은 채 얼어서 죽어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아기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서 어려운 사법 고시에 합격 했으며 축하하는 날 숙부는 오랜 세월 가슴에 묻어 두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청년은 혹한의 겨울에 어머니의 무덤을 찾았다. 자신의 외투와 양복과 속옷을 하나씩 벗어서 무덤을 덮었다 청년은 벌거벗은 몸으로 무덤을 껴안으며 울부짖었다.

“어머니... 그때는 지금 저보다 훨씬 더 추우셨지요? 어린 핏 덩어리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생명을 던지신 어머니의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하나요?”
그 위대한 어머니로 인해 생명을 구원 받은 사람은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David Lloyd George)다. 1차 세계 대전 때 영국 군수 장관을 역임 했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영국 사회 보장 제도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이다 .

그가 영국 국민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지금도 정치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국민 여러분 큰 걸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작은 두 걸음으로는 협곡을 건널 수 없습니다. 위기의 골짜기를 건너려면 반드시 큰 걸음이 필요합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창밖을 보면서 어느새 나에 눈에서는 그렁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나는 6.25때 아버지를 잃고 편모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어머니의 사랑은 그 무엇보다도 진하고 귀하다 확신하면서 살아 왔기에 대한민국 제2공화국 때 어머니날을 어버이날로 개정 발표 했던 무렵 회사 동료들과 서소문 모 식당 술자리에서 개정 발표문을 화두로 말하면서 “뭔가 잘못되지 않았으면 덜된 데서 나온 발상”이라고 큰소리로 개탄 했다가 서소문 파출소에 불려가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옆방에 있던 누군가 나를 반정부 운동권으로 오해를 했던 모양이다. 그때는 젊음과 감수성이 제법 예민했던 모양이다.

세상은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에 아름다워 진다. 지진의 피해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서 더위와 열악한 환경 조건에서도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수고하는 도움의 손길 참으로 존경스럽고 아름답다. 한사람의 목숨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기도한다.

이동희 / 워싱턴DC 평통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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