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개 만점)
▶ 멜 깁슨 주연 정치·범죄 스릴러
“내 딸을 죽인 놈들
가만 두지 않겠어!”
성질 고약한 멜 깁슨이 오래간만에 주연한 정치 스릴러이자 범죄 스릴러로 폭력적이면서도 감정적이다. 딸을 자기 집 문 앞에서 괴한의 총격에 의해 잃은 아버지가 범인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줄 알았던 딸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와 함께 딸의 복수와 자신의 구제를 이룬다는 눈물겨운 부정의 드라마이자 스릴러이다.
이 스릴러의 교차점에는 정부와 결탁한 대기업이 자리하고 있는데 통속적인 스릴러의 공식대로 정부와 기업은 서로 짜고 자기들의 부정한 행위를 은폐하면서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폭로하려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처치한다. 또 하나의 음모론 영화다.
음모론 영화치고 플롯이 알쏭 달쏭 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것도 마찬 가지. 얘기를 이리 배틀고 저리 배틀면서 공연히 복잡하게 구는데 때로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처럼 과장된 것이 깁슨의 연기. 눈썹을 치켜 올리고 황소 눈알을 굴리면서 얼굴의 온 근육을 혹사하는 데 이런 야단스런 연기보다 딸의 죽음을 슬퍼하고 상상 속에서 딸을 만나는 연기가 훨씬 낫다.
홀아비로 보스턴의 베테런 살인사건 담당 전문 형사인 토마스 크레이븐(깁슨)은 대기업인 무기전문 제조회사 노스모어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딸 에마(보야나 노바코비치)의 뜻하지 않은 방문을 받는다. 그런데 딸이 구토를 하는 것을 목격한다.
에마가 도착한 날 밤 토마스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순간 기다리던 괴한의 총격에 에마가 숨진다. 토마스는 괴한이 자기를 목표로 했으나 엉뚱하게 에마가 희생됐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에마의 소지품에서 권총이 나오면서 토마스는 딸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먼저 권총의 진짜 소유주인 에마의 애인으로 같은 회사 연구원인 대니얼 번햄(션 로버츠)을 찾아가 공포에 질려 입문을 안 열려는 그에게 폭력을 행사, 딸의 죽음이 노스모어의 비밀무기 제조와 관계가 있음을 알아낸다.
그래서 토마스는 이번에는 노스모어의 회장 잭 베넷(대니 휴스턴)을 방문하나 잭은 미 정부와 계약을 맺은 회사의 모든 사항은 극비밀이라며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늘 레인코트를 걸쳐 콜롬보를 연상케 하는 토마스는 겹겹이 쌓인 비밀과 음모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 내면서 딸의 죽음이 노스모어와 연방 상원의원이 결탁된 모종의 엄청난 무기 제조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에마는 이 사실을 폭로하려다 살해된 것.
토마스는 완전히 혼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음모의 주체들이 토마스를 처치하기 위해 철학적인 베테런 해결사 대리어스 제드버그(레이 윈스턴)를 파견한다. 그와 토마스 간의 대면과 대화 장면이 재미있다. 그런데 대리어스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을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그는 마지막에 응징의 천사 구실을 한다.
이 영화는 영국 TV BBC의 동명 시리즈가 원작으로 감독은 시리즈를 연출한 마틴 캠벨(007 영화 ‘카지노 로열’). R. WB.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손에 권총을 든 토마스(멜 깁슨)가 죽은 딸의 회사 사장 차를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