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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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정거장 (The Last Station)

2010-0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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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책 소유권 포기 유서라뇨”

▶ 톨스토이와 아내 소피아의 격정적 삶 그려

★★★½ (5개 만점)


러시아의 문호 레오 톨스토이가 사망한 해인 1910년에 보낸 그와 그의 아내 및 주변 인물과의 격동하는 삶을 다룬 멜로드라마로 특히 톨스토이와 그의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아내 소피아와의 애증이 뒤엉킨 관계를 화끈하게 격정적으로 그렸다.

둘은 서로 정열적으로 사랑하면서도 극적으로 서로 달라 전투하는 듯한 관계를 유지했는데 소피아가 국민들로부터 성인 취급을 받는 남편의 이념을 제대로 소화 못하고 또 여기에 개인적 질투까지 겹쳐 이 집안에 바람 잘 날이 없다.


대중에게 영합하느라고 영화를 너무 말캉하게 만든 것이 단점이지만 촬영과 내용 등 즐길 만한 것이 많은데 특히 톨스토이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소피아 역의 헬렌 미렌의 연기가 경탄을 금치 못할 정도로 훌륭하다. 원작은 제이 파리니의 소설로 감독 마이클 호프만이 각본을 썼다.

톨스토이는 시골의 대저택에 살면서 아직도 글을 쓰고 승마를 즐기면서 산다. 그의 모든 대사는 속기사가 기록하고 또 집의 정원에는 촬영기사들이 상주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다(영화 끝에 실제 필름의 일부가 나온다).

톨스토이는 집에서 떨어진 곳에 일종의 코뮨을 만들어 거기에 자기의 철학과 신념을 따르는 젊은이들을 수용, 이들은 여기서 농사를 지으며 집단농장과 같은 생활을 한다. 톨스토이의 철학은 금욕과 채식 그리고 평화주의와 사회적 평등 등으로 말은 좋은데 지키기가 힘들다는 것을 톨스토이 자신도 인정한다. 특히 톨스토이는 나이를 먹어서도 정열적이어서 소피아와 치열하게 다투다가도 섹스로 화해한다.

중심 주제는 톨스토이가 자신의 모든 책의 소유권을 국민에게 넘긴다는 유서를 작성하는데 반발하는 소피아와의 요란한 충돌의 관계. 소피아는 톨스토이와의 48년간의 결혼생활에서 아이를 13명이나 출산했고 또 ‘전쟁과 평화’를 무려 여섯 번이나 펜으로 복사하면서 남편을 극진히 도왔기 때문에 당연히 남편의 글을 자기 것으로 간주한다.

톨스토이에게 이런 유서를 작성토록 부추기는 장본인은 톨스토이의 수제자 체르트코프(폴 지아마티). 따라서 소피아와 체르트코프는 원수지간인 셈.

체르트코프는 톨스토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염탐해 자기에게 보고할 스파이 겸 톨스토이의 비서로 톨스토이를 숭배하는 젊은이 발렌틴(제임스 매카보이)을 골라 보내는데 영화는 발렌틴의 시각에서 얘기된다.

톨스토이가 자기 책의 소유권을 모두 포기하는 유서를 작성하면서 소피아의 히스테리는 절정에 이르는데 소피아가 남편이 그런 유서를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벌이는 히스테리 극이 가관이다. 톨스토이는 아내의 난리법석을 못 견뎌 집을 떠나 발렌틴과 함께 기차여행을 하다가 노환으로 한 시골 기차역에 달린 숙소에서 사망한다. 뒤늦게 달려온 소피아는 체르트코프의 방해로 남편 곁에 있지 못하고 역 구내의 객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임종한다.


플러머의 매우 인간적인 연기도 좋지만 볼만한 것은 미렌의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연기다. 울고불고 화내고 졸도하고 웃고 요란을 떨면서 총질까지 하는데 오스카상 한 번 더 받아도 되겠다.

R. 랜드마크(310-281-8233). Sony Pictures Classics.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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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소피아가 한판 싸운 뒤 침대에서 끌어 안고 화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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