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깊은 인간에 연민 가득한 명화
전후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최고 걸작으로 비토리오 데시카 감독의 1949년 흑백작품. 개봉 60주년을 맞아 새 프린트로 뮤직홀 극장(310-478-3836)에서 상영.
전후 로마의 실직자 리치(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리타 헤이워드 영화의 포스터를 벽에 붙이는 일을 얻는다. 일하는데 필수품인 자전거를 아내 마리아(리아넬라 카렐)가 침대 시트를 판 돈으로 마련한 리치는 첫 근무일에 자전거를 잃어버린다.
이때부터 리치와 그의 어린 아들 브루노(엔조 스타이올라)가 자전거를 찾느라 하루 종일 로마시내를 뒤지나 무소득인데 좌절감에 시달리던 리치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의 자전거를 훔쳐 타고 달아나다가 주인에게 붙잡히나 주인은 리치의 딱한 사정을 알고 그를 놓아준다. 리치는 또 좌절감에 못 견뎌 어린 아들의 뺨을 후려치기까지 한다.
평범한 서민의 살아보려고 애쓰는 모습과 좌절감과 함께 자전거 시장, 만원버스, 사창가와 달동네 등 전후 로마의 풍경 또 가난한 소시민들의 일상이 기록영화처럼 생생하게 묘사됐는데 데 시카 감독은 서민의 고통에 무심한 경찰과 교회를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인간의 약함과 잘못 그리고 용서를 단순한 내용 속에 솔직하고 소박하게 얘기한 인간 영혼에 대한 맑고 이름다운 탐구요 인간 선행을 찬양하고 있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다.
극단적인 상황 속의 인간 조건을 연민의 눈으로 들여다본 심금을 울리는 명화로 따스함과 유머, 우수와 비감 그리고 인간성이 가득히 배어 있는 걸작이다.
물질적으로 빈곤하나 순수한 영혼을 지닌 한 인간이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맞아 선과 악의 본성과 접촉하면서 겪게 되는 도덕적 이야기를 간단명료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설교조도 아니고 또 감상적이지도 않다.
마지막에 다 떨어진 옷을 입은 리치가 브루노의 손을 꼭 잡고 군중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에 눈시울이 촉촉이 젖는다. 카타르시스의 쾌적감을 맛보게 된다.
데 시카 감독은 비배우들을 썼는데 특히 아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연민의 눈길로 아빠를 바라보는 스타이올라의 얼굴 표정이 애처로워서 못 볼 지경이다. 꼭 보시도록.
새 자전거를 산 리치와 그의 아들 브루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