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개성의 시대

2010-01-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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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젊었을 시절에는, 설날이 되어 세배를 드리는 젊은이들에게 어른들이 많이 하셨던 이야기가 “국수는 언제 먹여 줄건가?” 였다. 50년 전만 해도 잔치 때면 국수를 말아서 동네잔치를 했다. 지나가던 길손도 결혼식의 잔치국수를 대접받고 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국수’는 ‘결혼잔치’를 의미하였다.

지금은 그러한 인사를 하는 어른들도 없거니와 소위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고도 결혼보다는 자기의 꿈과 성취감을 위해서 모든 시간을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흔하다. 그래서 우리시대의 젊은 여인들처럼 결혼을 위하여 자기가 즐겨하던 일을 접고, 시집을 가는 일을 지금은 보기가 어려워진다. 또 결혼을 하였다고 직장에서 차별을 받던 시대도 지나갔으며, 부부가 모두 직장을 갖는 것이 보통인 시절에 우리는 살고 있다.

어이가 없었던 일은, 우리나라의 여성교육에 앞장섰던 이화여대에서도 결혼을 하면 학교를 그만두어야만 하였었다. 그러한 시절에 젊은이들의 꿈을 일깨워 주었던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지리 선생님이던 김찬삼씨가 무전여행을 하면서 세계의 여러 곳을 방문하였던 것이었다.


그 뉴스는 많은 반향을 일으키면서 젊은이들의 가슴속에 불씨를 남겨주었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에 불길을 당겨주었다.

지금은 세계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로 공항이 북적거릴 뿐만 아니라 걸어서 지구를 세 바퀴 반을 돌았다는 ‘한비야’씨의 이야기도 접하게 되는 시대이다.
여행뿐만이 아니다. 개성과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이 우리가 젊어서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꿈들을 실천하고 있다. 생활의 터전을 위하여 우리가 기꺼이 포기하였던 꿈, 그래서 지금이라도 시작해 보고도 싶은 꿈들이다.

지금은 개성의 시대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비평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는지 그 신념이 문제인 시대이다. 그리고 각자 자기들이 믿는 것을 실천하는 시대이다. 살아가는 태도에서도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언론의 자유와 자유로운 사유 속에서 지난날 우리의 관념과는 다른 사회를 살고 있다.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이냐 아니냐 하는 것도 논쟁이 되고, 전쟁을 하는 것이 직업인 군인들이 반전운동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옛 시절의 통념과 그 구속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던가. 그 때 우리는 개인이었던 자신을 기꺼이 포기하고 가족과 사회를 위해서 꿈과 이상을 접었었다. 그리고 그것은 좋은 일이었으며, 보람 있는 일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었었다.

지금은 개성이 존중되는 시대이다. 기존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이전의 관념보다는 새로운 개념이 각광을 받는 시대이다. 구시대의 유물임을 일깨워 주는 아날로그는 지나가고 새로운 디지탈의 시대이다. 옛 시절에는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진 것들. 2010년을 맞이하며 우리의 꿈을 되돌아본다.


임문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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