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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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안돼, 버스나 기차 타고와!”

2009-12-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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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귀향앞둔 대학생 둔 부모들 안전귀가 거듭당부

▶ 시라큐스대 한인학생들 사고 남의 일 같지 않아

이번 주를 기해 기말고사를 끝내고 보스턴에서 뉴욕의 집으로 돌아올 준비가 한창인 대학 새내기 김모양. 첫 학기 기말고사를 치르느라 지친 심신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최근 며칠간 부모와 벌인 기 싸움이었다.

학기말 종강파티까지 신나게 끝내고 성탄절을 가족과 보내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친구들과 보스턴에서 자동차로 내려오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부모는 한사코 ‘안된다’며 반대했지만 친한 친구들과 함께 약속한 동반 자동차 여행에서 혼자만 빠지기도 영 내키지 않았던 것.

김양 부모는 “딸이 다른 친구들을 태우고 운전하는 것도 싫지만 다른 또래가 운전하는 차량에는 더더욱 딸의 안전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극구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한 달 전 시라큐스대학 한인 재학생 4명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자동차를 타고 뉴욕으로 내려오다 일으킨 교통사고로 2명이 사망한<본보 11월26일자 A1면>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 김양 부모는 딸에게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지 않겠다면 차라리 직접 데리러가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태다. 김양은 “대학생이 됐지만 아직도 ‘파파스 걸’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울상 지었다.


뉴욕 업스테이트 로체스터에서 학업 중인 대학생 박모군도 이번 주말 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박군은 “평소 귀향길 교통편으로 늘 친구 차량을 이용했지만 부모님은 별다른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안된다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에 사실 좀 의아했다”며 안 그래도 주말부터 성탄절까지 로체스터에는 눈이 내린다는 날씨예보도 있는 터라 만만찮은 부모 걱정도 덜어드릴 겸 대중교통편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시라큐스대학 한인 재학생들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 이후 타주 또는 장거리에 떨어진 대학에 자녀를 보낸 가정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이처럼 자녀들의 안전귀가를 거듭 당부하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주 업스테이트에서 귀향을 앞둔 또 다른 한인 대학생 차모양은 공교롭게도 여름방학 때 자가용을 가져왔던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이번 겨울방학에는 직접 차를 몰고 집으로 가야 하는 상황. 기말고사가 마지막 날까지 있어 친구들은 이미 모두 캠퍼스를 떠났기에 혼자 운전하고 내려와야 하는 차양은 대신 밤길 운전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부모와 수십 번 되풀이하고서야 귀향을 허락받았다. 아이비리그를 마다하고 굳이 서부 최고의 명문대학을 고집했던 딸을 둔 또 다른 학부모 백모씨는 “뉴욕 인근이야 개인 차량이 아니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서부에서 오는 상황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동차 사고 못지않게 요즘은 비행기 사고나 테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하니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나름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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