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아키코 메이어스와 같은 열정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롱아일랜드 맨하셋 고등학교의 오케스트라 연습실. 오케스트라 맨 앞줄에 앉아 있는 한 여학생이 깊은 호흡을 고른 후 바이올린을 천천히 켜 내리자 연습실 전체는 어느새 단원 각자가 뿜어내는 악기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맨하셋고교 12학년에 재학 중인 손민주(17) 양은 매주 토요일 오후면 언제나 이처럼 교내 오케스트라 팀에서 단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악장을 맡고 있는 손 양은 지난 7학년 줄리아드 프리칼리지에 입학해 올해로 벌써 5년째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있는 실력파. 교내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뉴욕유스오케스트라, 뉴욕코리안팝스오케스트라에서도 퍼스트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올해 롱아일랜드 노스쇼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최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손 양은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올 스테이트’(ALL STATE) 주자로 선정돼 업스트테이트 로체스터에서 열린 연주회에도 참석했다. 손 양은 이미 6학년과 10학년, 11학년 시절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등에서 독주회를 가질 정도로 음악적으로 숙성돼 있다. 손 양은 “바이올린의 매력은 무엇보다 희노애락으로 대표되는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라며 “그런 점에서 바이올린에 열정을 담아 헌신적으로 연주하는 안네 아키코 메이어스와 같은 주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손 양의 장래 희망은 바이얼리니스트 말고도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의학박사가 되는 것이다. “현대 의학이 아직 풀지 못하는 질병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그 때문에 그 만큼 힘들게 살아가는 안타까운 분들도 많을 것이고요. 새로운 의술을 개척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손 양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교 졸업후 의학도의 코스를 밟겠다는 생각으로 충실한 학교 생활을 해오고 있다. 진학할 대학은 스탠포드, 하버드, 콜롬비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균 학점이 4점 만점에 4.15점을 기록할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한 손양은 10학년 때부터 AP과목을 매학기 5개씩 소화해내면서 ‘AP 우수상’(AP Scholar with Distinction Award)을 타기
도 했다.
가장 자신있는 과목은 수학과 과학 분야로 SAT에서 800점 만점을 받을 정도다. 올 여름에는 스탠포드대학이 운영하는 온라인강의를 통해 ‘다변수 미적분학’(Mutivariable Differential Calculus)을 수강했다. 손양은 공부 만큼이나 봉사활동에도 열심히다. 지난 9학년 시절부터 매주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퀸즈 노던블러바드 203가에 위치한 양로원을 방문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 “처음엔 양로원에 가는 일이 귀찮고 힘들었지만 이젠 한 주라도 빠지게 되면 찜찜할 정도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지내는 시간이 기다려져요”라며 활짝 웃는다.
‘카파 아카데미’(KAPPA ACADEMY)를 운영하는 아버지 마이클 손씨와 어머니 리엔 손씨의 장녀인 손 양은 “동시에 제가 원하는 바이올리니스트와 의학박사가 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현대 의술 발전에 기여하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김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