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인을 사고로 잃은 동성애자인 교수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려고 준비하는 하루의 얘기를 그린 우아하고 섬세하고 또 아름답고 스타일 멋있는 드라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탐 포드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점.
그래서 영화의 디자인과 남녀 배우들의 의상 등이 마치 패션쇼의 그것을 연상케 하는데 빼어나게 정교하고 화려하며 또 완벽하다. 포드 역시 동성애자여서 영화의 주인공을 깊은 연민의 감으로 묘사했다. 광채가 나는 영화로 원작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소설.
1962년 LA. 애인 짐(매튜 굿)을 교통사고로 잃은 영국인 문학교수 조지(칼린 퍼스)는 자살을 하기 전 모든 것을 정리한다(이 자살계획이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가정부에게 후한 봉급을 남기고 학교의 자기 집무실의 물건들을 말끔히 정리한다. 이런 그에게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가진 제자 케니(니콜라스 훌트)가 문학에 관해 상의할 것이 있다고 접근하는데 그가 조지에게서 바라는 것이 단순히 문학 얘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지는 이어 저녁 약속을 한 영국서부터 알고 지낸 술꾼 이혼녀 찰리(줄리언 모어)의 집에 간다. 과거에 연인 사이로 찰리는 둘 간의 우정에도 불구하고 왜 조지가 자기의 애인이 되어 주지 못하는 가에 대해서 속앓이를 한다. 분홍빛 담배를 태우면서 칵테일을 거푸 마시는 타락한 아름다움을 지닌 찰리와 조지의 관계 묘사와 감정의 미묘한 스케치가 아주 멋있다.
조지는 찰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와 권총자살을 시도하나 막상 행동으로 옮기진 못한다. 그리고 이런 조지를 케니가 찾아오면서 둘은 오랜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조지는 슬픔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옅은 빛을 감지한다.
영화에서 뛰어난 것은 배우들의 연기인데 그 중에서도 조지 역으로 올 베니스 영화제서 남자 주연상을 받은 퍼스의 고요하고 깊은 연기가 눈부시다. 그는 내년도 오스카상 경쟁에서 ‘인빅투스’의 모간 프리만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일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굶주린 찰리 역의 모어의 연기도 고혹적이다. 삶의 권태와 사랑의 갈증을 담배와 술로 달래는 모어의 연기야 말로 보기 드물게 완숙되고 또 선정적이다. 훌트 역시 대단히 잘 한다. 촬영과 음악 등도 훌륭하다.
R. TWC.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조지(왼쪽)는 자살을 시도하기 전 옛 애인이자 친구인 찰리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