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옥살이 끝내고
화합의 대통령 된 만델라
럭비경기 배경의 실화바탕 감동 스토리
★★★★ (5개 만점)
넬슨 만델라가 1990년 27년간의 옥살이를 마치고 나와 1994년 남아공의 대통령이 된 직후 흑백 화합을 위해 백인들의 경기인 럭비를 교묘하게 이용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매우 출중하고 사실적이며 또 감동적이자 영혼을 고양시키는 영화다.
제목은 라틴어로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으로 19세기 영국 작가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에서 따왔다. 만델라는 옥에 갇혀 있을 때 ‘나는 나의 운명의 주인이다: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라는 시의 구절을 외우며 불굴의 투혼을 지켰다고 한다. 영화의 원전은 존 칼린의 소설 ‘적과의 경기’.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또 하나의 역작으로 풍성한 내용의 얘기를 아주 재미있고 실팍하게 묘사했는데 그의 경제적이요 직선적이며 또 군더더기 없는 민완한 연출 솜씨가 역연하다. 일종의 정치 영화이자 스포츠 드라마인데 얘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미리 알 수 있기는 하나 뛰어난 연기와 남아공 현지 촬영으로 인한 자연적이요 사실적인 현장감 그리고 감동적인 역사적 사실의 재구성과 박진한 럭비 경기 및 토속 음악 등 여러 가지로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스트우드가 사람의 각종 감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 그것을 작동하는 단추를 제 때에 누를 줄 안다는 것이다. 다소 조작적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만델라로 나온 모간 프리만이 총 제작을 했는데 그의 꿈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만델라가 옥에서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그는 총선을 통해 대통령이 된다. 영화는 만델라가 어떻게 무지개 화합정치를 펴나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세하고 길게 그렸지만 정치색을 띠었다기보다는 만델라의 사생활과 일상 활동 등을 통해 편안하고 때로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만델라가 흑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아울러 백인들의 공포를 해소시키기 위해 지혜와 용서와 인내의 마음으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차분하고 또 거의 교활할 정도로 기민하게 집행해 가는 과정이 상세히 그려지는데 그가 참으로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만델라는 대통령 관저의 백인들을 유임시키고 경호원들도 흑백으로 혼성하는가 하면 자기 봉급이 많다고 자진 삭감을 하는 등 스스로 솔선수범을 한다.
그리고 만델라는 흑백 화합을 위해 졸전을 하고 있는 럭비 국가대표팀 스프링복스를 월드컵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는 먼저 관저로 팀의 주장인 프랑솨 피나르(맷 데이몬)를 초청해 대화를 나눈다. 이 만남서 피나르는 크게 감명을 받고 거의 불가능한 팀의 챔피언십 쟁취를 위해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맹훈련에 들어간다. 이런 노력의 대가로 스프링복스는 결승에 올라 1995년 요하네스버그 엘리스팍 경기장에서 6만2,000명의 흑백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막강한 뉴질랜드 팀과 붙는다.
프리만은 마치 이 역을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위엄과 인자함과 유머를 곁들여 만델라를 재연하고 금발을 한 데이몬도 아주 잘 한다. PG-13. WB.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스프링복스 유니폼을 입은 만델라(왼쪽)가 팀 주장 피나르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