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육칼럼/ 운지법(Fingering)의 중요성

2009-11-23 (월)
크게 작게
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피아노를 칠 때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는 프로 연주자들조차도 운지법(fingering)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곡을 줄 때마다 반드시 내주는 과제가 있는데 스스로에게 맞는 손가락 번호를 정해오게 하는 것이다. 물론 악보에 써있는 번호들이 있지만 그것은 그 책을 낸 출판사의 편집자가 낸 일반적인 제안 일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
기 때문에 그것을 참고로는 하되 반드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손은 제각각 다 다르고 또 각자 편하게 느끼는 운지법이 다 주관적이기 때문에 각각의 곡에 붙여지는 손가락 번호는 천편일률적일 수 없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에는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성장 중인 손이기 때문에 만약 어린 나이에 advanced 곡을 치게 된다면 그 악보의 손가락 번호라는 것은 성인들의 손에 맞추어 진 것이므로, 그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fingering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운지법의 시도를 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게 맞는 이 운지법 발견의 과정은 될 수 있으면 새 곡의 시작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아직 어떤 나쁜 운지법의 습관이 그 곡에 배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해야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에 대한 거부반응도 덜하며 또한 다른 운지법으로의 바꿈도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사 이렇게 정해진 운지법이라 할지라도 곡을 배워 나가는 과정에서 더 나은 운지법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학생이 스스로 여러 가지 운지법을 시도해보고 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직 어린 단계에서는 그 곡의 처음 레슨 중 내가 아이에게 여러 가지 운지법을 보여주며 정해주지만,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반드시 앞서 언급한 이 운지법 결정의 과정을 거치도록 가르친다.


내가 일방적으로 결정해 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음악이란 스스로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우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 스스로의 음악 만들기의 첫 단계는 이렇게 악보를 보는 단계에서 스스로가 정하는 운지법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곡을 천천히 쳐 볼 때와 원래 속도 데로 칠 때의 운지법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원래 속도 데로 쳤을 때의 느낌에 좋은 운지법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악보에 인쇄되어 있는 활자를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이 설사 불편한 운지법이라 할지라도 그대로 따라 하는 타입이며, 그리고 두 번째는 정반대의 타입으로서 악보에 있는 손가락 번호를 무시하며 곡을 칠 때마다 임시방편적으로 그때그때 다른 운지법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둘 다 문제이지만 특히 후자의 경우처럼 연습한다면, 그 곡은 영원히 내 손에 익을 수 없으며 많은 시간의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타입 모두다 운지법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경우로서, 레슨 시간을 통해 fingering이 왜 중요한지를 직접 느끼고 깨우치게 해줘야 한다. 여러 가지 운지법의 제안과 많은 시도들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손가락 번호가 내게 가장 맞는 것으로 바뀜으로 해서 얼마나 그 곡에 대한 나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지, 또한 한결 치기가 수월해 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곡의 사운드가 틀려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익히고 배워나가야 한다. 옆에서 물론 내가 많은 조언을 주고 도움을 주겠지만 결국에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학생 스스로여야 한다. 이것은 창의적인 연습방법의 시작 단계이며 학생 스스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음악 만들기의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