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동물의 딜레마 - 마이클 폴란
고민과 성찰은 풍요가 아닌 결핍에서 나온다. 현대의 환경오염은 아토피와 앨러지라는 정체를 파악하기 힘든 증세를 만들었고 이 증세를 가진 사람들의 일부는 무조건 약에 의존하지만 또한 일부는 자신과 가족의 먹거리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미국 생활이 10년이 넘게 되면서 점점 심해지는 앨러지에 고통을 받던 끝에 필자도 스스로 무엇을 먹고 있는가 성찰하게 되었다. 때마침 ‘자연식 밥상’이라는 책이 나오고 채식 위주의 자연식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왜 하필 채식인가?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하게 되면 정육점은 다 어떻게 되고 또 식당들은 다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염려, 그리고 우리의 먹거리를 둘러싼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나 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그러다 우연히 집은 책이 마이클 폴란의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였다.
마이클 폴란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을거리들의 계보학을 추구한다. 이를 ‘음식 사슬’이라고 한다. 즉 아침 식사에 오른 닭 가슴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육, 도축, 포장, 유통되어 오르는지를 거꾸로 찾아가는 것이다.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음식사슬의 로드무비’를 찍는다. 폴란은 이 책에서 오늘날 식품산업의 구조와 식문화 전반을 몸소 체험하며 치밀하게 추적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음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세계와 우리의 교류가 산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완전히 불투명해지고 불분명해졌음이 드러난다. 인간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련의 식문화를 형성하여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극복해왔으나, 오늘날 힘을 잃은 식문화는 그가 담당하던 자리를 식품산업과 정치논리, 무분별한 낭설에 빼앗기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매번 음식 앞에서 이것을 먹어도 될까를 두고 다시금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는 단순히 오늘날 식품산업의 불투명성과 비도덕성을 고발한다거나, 독자들에게 무엇을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려고 드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와 세계의 교류방식이며, 우리 존재를 규정한다는 커다란 전제 하에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원한다.
저자는 음식은 오늘날 위협받고 있는 모든 가치의 강력한 상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건강을 위한 일일 뿐 아니라, 산업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상실한 모든 문화적 가치들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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