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사업이 싸늘한 여론의 벽에 부딪히자 이명박 정부에서는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플랜을 들고 나온 것 같다. 경제가 어려우니까 회복의 방법으로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의 직접투자를 적자재정으로 추진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친정부 쪽인 뉴라이트에서는 “다리, 항만, 철도,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국책산업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대운하건설도 이런 종류의 정부투자로 당장 건설에 필요한 노동력을 고용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공산업에 대한 투자는 노동력 고용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고 소비 증가를 부르는 효과도 있고, 소비가 증가하면 관련 산업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투자를 하게 되어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의 뉴라이트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대대적 공공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대운하 건설에 비교하면서 여론의 호응을 한때 기대한 적이 있다. 사실 요즈음 와서 보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플랜의 큰 줄거리가 대운하라는 대대적 공공투자를 통해서 뉴라이트에서 얘기하는 경제효과를 기대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호응을 받지 못하면서 새 정부의 경제플랜이 새로운 틀에 정착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워낙 경제가 어려우니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떻게 하건 소비를 창조해서 경제를 풀어나가야겠다는 안간힘이 보이는데 우리는 이 어려운 경제를 좀 분명히 보는 눈을 가졌으면 한다.
우선 경제효과 문제를 따지기 전에 한 가지 뉴라이트에서 얘기한 건설위주의 공공투자와 IT산업 쪽의 경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포함된 오바마의 공공투자플랜과는 보는 눈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그런데 필자의 얘기의 핵심은 이런 것보다는 정부주도의 공공투자와 민간경제의 활성화를 통한 경제플랜이 가지는 근본적 효과에 대한 차이에 있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부주도의 소비투자모델로는 장기경제성장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정부투자가 있으면 건설산업을 중심으로 단기적 일자리는 많아진다. 그러나 이 모든 플랜의 바탕이 되는 케인즈의 투자승수(Multiplier) 가 가지는 효과에 대한 이론에는 한 가지 치명적 결함이 있다.
이 정부주도의 공공투자를 신봉하는 이들의 기본가설에는, 정부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민간과 가계에서 쓸 수 있는 자금에서 뺏어 와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그들이 상정한 가정에는 100 달러란 자금을 정부에서 쓸 때 우리 개인이나 비즈니스에서 쓰는 것보다는 더 경제적 효과가 빠르고 크다는 허상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실물경제와 학계 여러 곳에서 FDR의 뉴딜정책이 가져온 효과에 대한 싸늘한 시선들이 많다. 정부주도의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는 임시직 노동자의 직장이 경제의 기본체질에 장기적으로 공헌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FDR이 취임했을 때 미국은 4명중 1명이 실업상태였다. 1931년부터 1940년까지 실업은 5명중 1명이었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 효과로 그것이 만족스런 수치인가, 또 그 돈을 민간과 개인이 쓸 수 있도록 했더라면 어떠했을까는 두고두고 토론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경제학이론이란 자연과학이론처럼 정확히 작용하는 게 없다. 인간사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 어느 한곳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다른 곳에서의 가정이 흔들린다. 한 가지 가정만 흔들려도 전체 모델이 흔들리는 게 경제학이다. 엉성하게 보자면 한없이 엉성한 게 경제모델들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실리콘밸리와 미국자동차산업의 품질향상과 생산성제고의 작업들에 관여하면서 필자가 분명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부가가치 창출을 하려면 민간에 맡겨야한다는 것이었다.
이 믿음은 그 후 10여년을 실물경제에 가까이 있으면서 흔들릴 수 없는 확신이 되었다. 관료조직이란 가치창출을 위해서 만든 조직이 아니다. 벌써 미국에서는 공공투자자금들이 지난번에 보듯 일리노이의 썩은 주지사 같은 이들의 손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쓰여 질 것인가 걱정들이 많다.
경제를 살리려면 대대적으로 비즈니스와 개인의 감세를 통해서 그들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돈을 쓰고 활동을 하도록 민간주도의 경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좌파에서 정권을 잡으면 꼭 정부주도에 의존하고, 우파 에서는 민간주도의 시장경제에 치중하는 게 상식이다. 한국의 경제정책 입안에서는 좌우가 불분명해서 이쪽인지 저쪽인지 무척 보는 이들을 헷갈리게 한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