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연아 선수처럼

2009-11-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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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의 ‘아!’하는 아쉬운 숨소리가 들렸던 그 순간 어떤 일이 있었나. 김연아 선수는 트리플 점프 하려고 온 몸과 마음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긴장된 순간, 점프를 포기 했다. 스케이트 날에서 뭔가를 느꼈다. 점프를 해야 할지 순간적인 결정을 해야 했다. “포기다. 그리고 나머지를 더 잘하자.” 초순간적 전환이 필요했던 그 순간 김연아는 그 결정을 내렸다.

김연아는 빨리 포기하고 그 다음 단계의 퍼포먼스를 여유 있게 펼쳤다. 이처럼 빠른 정신적 스위치를 할 수 있는 성격이 김연아 선수를 최고로 만들었다. 아무리 스킬이 좋고 테크닉이 좋았어도 만약 연아 선수의 성격이 실수에 집착하고 자기를 미워하고 남을 원망하는 성격이었다면 여유있는 퍼포먼스는 힘들다. 짜증스런 무드로 점프 할 수 없었던 순간에 집착했더라면 절대로 그렇게 백조처럼 여유 있는 모습으로 스케이트장을 날수는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선수로서 정말로 억울하고 속상한 순간이었을 수 있다. 그 점프를 잘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아왔던가. 연습하고 또 하고, 생각하고 또 하고, 돌고 또 돌고, 이젠 정말로 갈고 닦은 실력으로 멋있게 보여 주어야 하는데 그 시각에 스케이트 날에 뭔가가 걸리다니 이렇게 기가 막히고 억울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김연아는 최고가 되기에 꼭 필요한 성격을 이미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가 할 수 없었던 것에 집착하지 않고 초 스피드로 생각을 전환시켜 자기가 현재 해야 하는, 또 할 수 있는 것을 빨리 생각해 내 그 순간에 충실했다. 이런 성격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는 김연아의 정신적인 순발력과 밝게 자기 모습을 펼치는 성격의 바탕을 그녀 아버지의 인터뷰 내용을 읽으면서 확인했다. 김연아 아버지는 “다른 건 몰라도 내 딸 연아가 배짱만은 최고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딸이 트리플 점프를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나머지를 잘 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며 기뻐해 주고 자랑 스럽게 말해 줬다. 그런 아빠 밑에서 컸기 때문에 김연아가 지금의 성격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성격, 이런 삶의 태도가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사업이 잘 안 되든, 직장에서 해고됐든 과거의 실수와 잘 안되었던 어떤 사건에 집착해서 그 일을 생각하고 또 하고 말하고 또 말하며 속상해하고 화내는 성격을 갖고 있으면 인생을 성공적으로 끌고 나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 내게 주어진 정신적 에너지를 과거를 되뇌이는 일에 모두 써 버리고 있으면 현 순간에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를 향해 자기 실력을 펼친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를 힘들게 하는 그 과거가 1 분전의 일이었든 2 시간 전, 1년 전, 5년 전의 일이었던, 어떤 실수였거나, 잘못이었거나, 불운이었거나에 관계없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빨리 떨쳐버리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인생을 성공하려면 우리의 에너지를 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의논하며 사는 데 쏟는 성격을 개발해 되는 것이다. 빨리 잊고, 빨리 용서하고, 내게 잘못된 어떤 일에 대해 남에게 원망하지 말고 지금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할 것들을 찾아서 말해주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지녀야 인생을 성공적으로 마쳐 갈 수 있다.

물론 오래된 마음의 상처 중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혼자 해결하려고 애써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 이것 때문에 과거 속에 머무르며 관계를 망가트리지 말고 빨리 전문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해결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순자 / 상담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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