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느낌

2009-10-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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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인생만사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것이 있다. 처해진 상황이나 사건 자체 보다는 반응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 생각된다. 색안경을 쓰고 사물을 보면 모든 것이 어둡게 보이듯이, 늘 옆집의 잔디가 더 푸르다고 말하며 마치 불행하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매사에 불평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작은 일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그래서 쉽게 행복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래전 연구 생활 때의 일이다. 실험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나 자신을 탓하고 쉽게 실망하곤 했다. 이를 관찰한 심리학 전공의 동료 연구원은 내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것 같다고 하며 데이빗 번즈라는 정신과 의사의 베스트셀러 ‘좋은 느낌’(Feeling Good)을 권했다. 동료의 지적은 대부분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한데, 나는 반대라는 것이다. 그가 권고하기를 나의 실수와 부족을 웃어넘기는 지혜도 필요하며, 칭찬 받을만할 때는 스스로 자기 등을 두드리며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그가 추천한 ‘Feeling Good’을 읽고 많은 것을 배우고 직장 동료들과 나누었다. 저자는 소위 ‘인식 치료’(Cognitive Therapy)를 시작한 분으로, 우리 내면의 감정은 외부적 현상이나 사건 자체 보다는 그것을 본인이 어떻게 해석하여 받아들이는 가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비슷한 형편에 처한 사람들의 태도가 낮과 밤처럼 다른 경우는 이 이론을 뒷받침 한다. 이분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왜곡된 고질적인 인식습관이 있음을 지적하며 대표적인 것 10가지를 제시한다.

짧은 지면을 통해 몇 가지 예만 소개한다. 내가 경험한 우리 민족은 사물을 흑백으로, 말하자면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기를 참 좋아한다. 특히 교회 회의 때 느낀 것은, 발언 내용 자체보다는 발언자와의 관계에 더 비중을 두고 찬반을 결정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이미 형성된 편견의 프리즘을 통해 사람이나 사물을 판단하는 현상이다.

저자는 누구도 타인을 “게으르다”라고 부를 수 없다 주장한다. 만일 자녀가 공부에 게으르면 공부에 게으름을 지적할 수 있어도, 그 자녀 자체를 게으르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모든 일에 게으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잘못된 인식 중에 실수를 저지르거나 계획에 실패했을 때 쉽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분들은 비창조적이고 낭비적인 삶을 살기 쉽다. 또한 흔히 목격하는 현상 중에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고 멋대로 쉽게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을 사실로 믿는 경우이다.

피아노를 아주 잘 치는 소년이 있었는데, 연습 때는 기가 막히게 잘 해도 무대공포가 있어 막상 연주 때는 자주 실수를 해 번즈 박사에게 상담을 받았다. 몇 차례 상담 후 의사가 깨달은 것은, 이 소년은 실수할 것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청중을 마치 모두 음악평론가처럼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소년에게 말해주기를 “너의 연주에 온 청중들은 너를 사랑하고 너의 연주를 즐기기 위해 온 분들이지, 너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평하기 위해 온 분들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그 청중들은 모두 너의 친구이다”라고 충고해 준 후 그 소년의 무대 공포증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고 약점이 많아 조금씩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생각하고 나누며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찬효 / FDA 약품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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