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즈 야구팀의 골수팬이라는 김현수(9·미국명 사무엘·PS 21 초등학교 4학년)군.
스포츠 경기 관람도 물론 즐기지만 그보다는 직접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기를 더 즐긴다. 3년 전 시작한 테니스에서부터 축구와 최근 시작한 농구에도 요즘 흠뻑 빠져있다. 특히 올 5월부터 배우고 있는 수영은 이제 잠수부 뺨치는 실력을 탄탄히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바람은 빨리 커서 중·고등학생이 되면 학교 야구팀과 수영팀 대표선수로 뛰어보는 것이다. 남자답게 각종 운동을 즐기듯이 격렬한 몸짓으로 신나게 리듬에 빠져드는 드럼을 배우고 싶었지만 아직은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중학교 진학 후에는 드럼을 배워도 좋다는 조건으로 우선 피아노부터 먼저 배우기로 부모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시작한지 3년이어서 드럼 채를 잡으려면 1년 반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피아노에도 상당한 소질을 보여 각종 발표회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 세례를 받고 있다. 올 가을학기 들어서는 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고 피아노와 달리 크고 매력적인 소리에 빨려 들다보면 록앤롤과 재즈의 느낌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 또 다른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자유시간이 생길 때면 컴퓨터 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주말을 빼고는 책읽기
로 보낸다. 일년에 1,000여권은 족히 읽고도 남을 만큼 손에서 책을 놓는 일이 거의 없다. 제발 책 좀 그만 내려놓으라는 얘기가 유일하게 듣는 잔소리일 정도다. 때로 화나는 일이 생겨도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오래된 습관이다.
단, 주말에는 책보다는 교회 생활을 더 즐긴다. 출석하는 교회(한마음침례교회) 교인이 많지 않아 또래 친구도 별로 없지만 그저 찬양하고 기도하는 일이 마냥 즐겁다고. 지금도 금요일이면 철야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토요일 새벽예배까지 마쳐야 집에 와서 다시 주말 한국학교 등교를 준비하는 열성파 기독교인이다. 성경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이른바 QT시간도 철저히 지키고 있고 오전 또는 취침 전에 빼놓지 않는 기도는 한 번 시작하면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기본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고교시절 하나님을 처음 영접했다는 아버지가 그때부터 미래의 아내와 첫째 자녀를 위해 열심히 기도해온 덕분이란다. 지금은 열성 신앙인 아들 때문에 부모가 때로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도 도저히 피울 수 없을 정도가 됐다. 7세 때 교회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성령의 은사를 받았고 8세 때부터 방언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해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어린 나이에 매일 진지한 삶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보조
교사 역할을 맡길 만큼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동시에 수업시작에 앞서 친구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며 즐거운 하루가 시작되도록 돕는 것도 나름의 행복이라고. 앞으로는 학교에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 올 봄 우연히 한인마켓 주차장에서 목격한 한인사회 독도 영유권 및 동해 병기표기 요청 서명운동 덕분이다. 서명운동 이유를 알게 되면서 부모에게 들은 얘기와 인터넷에서 찾아낸 각종 관련 자료를 토대로 한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의 역
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지난달에는 뉴욕한인사회가 뉴욕시 교육청 교육공청회에서 항의 발언할 때 한인학생 대표로 교육청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동해 병기 표기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2세지만 한국을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탬이 되는 일을 했다는 생각에 영광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했다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팀을 이뤄 타인종 친구들에게 올바른 아시안 역사를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장래 작가 겸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키우고 있고 즐겨 쓰는 창작 장르는 모험소설이다. 이미 습작도 몇 개 완성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고 반응도 썩 괜찮았다고.
틈나는 대로 아버지와 체스를 두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시간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건강을 생각해 직장까지 때때로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에서 자신도 아버지처럼 멋진 남자로 자라나 어머니처럼 요리 잘하는 예쁜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싶다는 때 이른 생각에도 잠겨본다는 김군은 김종안·양순희씨 부부의 1남1녀 중 첫째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