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나다는 한국에서 ‘변방’?

2009-09-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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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국 관심사 한국 · 정부 언론 작게 취급

▶ 쇠고기 수입 정상 회담서 논의사실 ‘안개’

최근 연아마틴 상원 의원은 기자에게 자신의 한국 방문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 언론이 캐나다 관련 소식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마틴은 캐나다는 G8(주요 8개국)에 들어가는 국가인데, 한국 주요 신문에서 캐나다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현지시간)에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캐나다 총리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캐나다 정상이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쇠고기 문제는 한국 정부로서는 민감한 문제다. 일부러 숨겼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언론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국을 다녀온 캐나다 정부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쇠고기 수입 재개는 FTA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캐나다는 한국의 자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를 WTO에 제소한 상태다. 연아마틴 상원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방한 결과를 소개하며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가 ‘캐나다 수입 쇠고기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다른 캐나다 인사 역시 한국측이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종합해 보면 최소한 ‘NO’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한국은 쇠고기 수입 문제가 공론화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美 쇠고기 수입 문제로 한국이 정치적 격동의 시기를 맞이할 시점에, 기자는 한국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당시 고위 공직자가 비공개로 이런 말을 했다. 그는 과연 한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확보됐는지 의심스럽다며 수입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보다 이번 기회에 식품안전기준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공개적으로 이런 주장을 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수입쇠고기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것은 정치인들이 총대를 메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캐나다 쇠고기 문제는 지금부터 공론화 되는 것이 옳다. 그래야 충분히 이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생긴다. 한-캐나다 정상회담은 쇠고기 문제를 공론화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캐나다 총리실은 정상회담에서 하퍼 총리가 ‘양국이 체결한 항공자유화 협정은 인적 물적 교류를 증진시킬 것이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의 1/2이 항공자유화협정 관련 내용이었다. 한국은 이 부분을 ‘양국간 인적교류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하는데 그쳤다. 캐나다는 한국을 배려하고 양보해서 항공자유화협정을 맺었다고 하는데 반해 여전히 한국 정부와 언론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듯 하다. 한국은 여전히 초강국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를 ‘변방’으로 만 보고 있는 것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정현 기자
vancouver@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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