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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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매너, 그 중요함에 대하여

2009-09-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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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한국의 한 동네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너 살배기 남자 아이가 별 이유도 없이 옆에서 놀고 있던 여자 아이를 꼬집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여자 아이의 엄마가 황급히 달려와 남자 아이를 제지하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그러자 남자 아이의 엄마가 달려와서는 대뜸 ‘왜 우리 애 혼내며 기죽이냐’며 따졌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엄마들이 여자 아이 엄마
를 거들자 오히려 수영장을 다시 안 오겠다고 버럭 화를 내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얼마 전 뉴욕의 한 교회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일하던 분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교회에서 한 남자아이가 버릇없게 굴며 아빠를 때리는 것을 보고 보다 못한 이 집사가 아이를 제지하며 훈계했다고 한다. 그러자 아이의 아빠가 오히려 화를 내며 ‘내 자식은 내가 키우니까 아무개 집사가 참견하지 말라’며 따졌다고 한다. 그 일을 보면서 ‘아이를 저렇게 키우면 나중에 어떤 아이가 될까’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이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매너를 모르는 아이들과 그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부모가 두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 집에 아이들을 서너 명씩 낳아 기르던 과거와는 달리 기껏해야 한두 명 낳아 잘 키우자는 세대에 살고 있는 현 시대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왕자님, 공주님으로 받들며 사는 듯하다. 자식이 예쁘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마는 그렇다고 매너를 모르는 자녀로 키운다는 것은 참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공에 지대한 관심과 열성을 보이고 있다. 부모들이 못 먹는 한이 있어도 자녀들의 학업과 예능교육에는 아낌없이 투자한다. 한국 부모들이 지출하는 사교육비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매우 월등히 높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 부모들이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자녀들에게 매너를 가르치는 것이다. 자녀교육의 몇 가지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자녀들의 올바른 사회화를 돕는 것이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천재라 하더라도 한 사회 속에서 타인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면 과연 그 천재가 성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삶은 타인은 물론 그 천재 본인에게도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들에게 매너가 필요한 이유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매너는 한 개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과 좀 더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매너는 문명사회의 필수 생존조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까지 매너 없으며, 몰상식하고,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로 각인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너에 대한 교육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역할은 학원이나 학교가 아니 바로 부모들의 몫이다.

요즘 부모들이 본업에 너무 바쁜 나머지 자녀교육을 외부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밖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는 반면 또 부모들의 숨결이 필요한 영역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매너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싶다. 자녀들에게 진정한 성공을 준비시켜 주길 바란다면 매너에 대한 교육을 빼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너 없는 천재는 사회가 외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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