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지난 두 회에 걸쳐 아빠가 자녀와 함께 놀아주어야 하는 이유와 특별한 놀이를 준비하는 방법을 연재했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아빠가 자녀와의 놀이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양육기술을 설명해보겠다. 첫째로, 특별한 놀이시간은 자녀에 의한, 자녀를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아동중심적 놀이라고 부른다. 자녀가 부모와의 놀이를 꺼려하는 이유는 놀이가 교육 혹은 훈육의 목적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놀이를 통해서 자꾸 가르치려 든다면 자녀들은 더 이상놀이를 반겨 하지 않게 된다.
예전에 부모와 자녀의 놀이세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자녀가 나무모양 조형물을 바닥에 뉘어놓았더니 금새 부모가 얘, 나무는 땅에 누워있으면 안 돼 이렇게 세워놓아야지라고 고쳐놓았다. 또 괴물과 공룡인형을 꺼내서 놀았더니 이렇게 징그럽고 무서운 것을 왜 가지고 노니? 이거 빨리 갖다 놓고 저거 가지고 놀아라 라며 영웅 모양의 인형들을 꺼내왔다. 자녀의 얼굴
에는 좌절감과 지루한 기색이 역력했다.자녀와의 특별한 놀이시간이 아동중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평소 부모중심의 양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대개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에 익숙하다.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잘못을 지
적해서 교정하고, 옳고 그른 것을 가르쳐 주며, 자꾸 잔소리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들이 바르게 크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자녀들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자녀들의 생각과 감정을 읽지 못하고 지시와 명령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자녀는 자율성이나 자아 존중감을 키울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잘못하면 소심하고 의존적인 성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빠가 자녀와 함께하는 특별한 놀이시간만큼은 자녀중심의 놀이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아빠가 자녀와 놀이하기에 앞서 이렇게 설명해 준다. 아빠가 오늘 너와 30분간 놀아줄 텐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아도 돼 만약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 때마다 이야기 해 줄게 그리고 자녀의 리드를 따라서 함께 놀아주면 된다. 둘째로는 듣기이다. 자녀양육에 있어서 듣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필수항목이다.
자녀가 놀이를 진행하는 동안 아빠는 함께 놀이에 참여해도 좋고 옆에서 그냥 보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듣기 기술을 사용해서 자녀의 행동과 감정을 읽어 주는 것이다. 그랬구나! 아, 괴물이 싸움에서 졌구나! 사자가 도망가고 있네.와 같이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고, 속상하겠구나! 인형들이 굉장히 무서운 모양이구나!와 같이 자녀가 한 말이나 행동을 잘 듣고 감정이입을 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육기술은 제한두기이다. 자녀중심의 놀이지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자녀가 하게 될 때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적절한 제한은 자기절제와 문제해결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다.
가령 장난감을 부모에게 던진다거나 물건을 부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은 제한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런 경우에 아빠는 자녀에게 말로 경고를 준다. 장난감을 아빠에게 던지지 말아라 만약, 다시 던지게 된다면 놀이시간을 바로 끝내게 될 거야 경고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장난감을 아빠에게 던졌다면 바로 그 순간 네가 두 번 경고를 어겼기 때문에 놀이시간을 끝낼 거야 다음 주에 다시 아빠가 너랑 놀아줄게라고 말하고 즉시 놀이시간을 종료한다.
이렇게 특별한 놀이시간을 일주일에 한 번씩 갖게 되면 아빠와 자녀간의 친밀도가 높아지고, 자녀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되며, 스트레스와 문제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자녀와 꼬박꼬박 놀아준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녀와 놀아줄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것은 아니고, 또 그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