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대만 등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 무역전쟁 우려·달러 강세 등도 영향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신흥국과 미국 채권시장이 올해 수익률 상당 부분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자체 집계하는 신흥국 현지 통화 표시 국채 관련 지수가 지난달 초부터 3.5%가량 하락하면서 올해 수익률이 2% 아래로 내려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강화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신흥국 시장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데다 보편관세 등 그의 경제공약으로 달러화 강세와 미 국채 금리 상승이 나타나면서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을 둘러싼 전망이 조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가마 자산운용의 라지브 데 멜루는 "새로운 무역전쟁으로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고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 현지 채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적자 확대 전망에 따른 미 채권 금리 상승도 신흥국 채권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투자은행 바클리는 강달러를 이유로 인도네시아가 11·12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던 전망을 최근 거둬들였다.
또 바클리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과 대만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달 8일 평가했다.
시장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9월 중순 3.6% 수준에서 머무르다 최근 4.5%에 근접했고 5% 상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점도 신흥시장 채권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신흥국 국채 금리는 미 국채 대비 2.3%포인트 정도 낮았는데, 현재는 0.1%포인트 정도만 낮은 상황이다. 이는 신흥국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TS롬바드의 존 해리슨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 여파로 모든 신흥국 자산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웃돈)이 올라갈 것"이라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정책 어젠다 전반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일 동기와 능력이 있는 만큼 관세와 미중 디커플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세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UBS의 탄민란은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지만 아시아 통화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추가적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시아 현지 통화 채권에 대해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편 미국 국채 투자에 따른 수익률도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미 국채 수익률(returns) 관련 지수를 보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직전이던 지난 9월 17일 4.6%로 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두 달간 수익을 상당 부분 분납하면서 0.7%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미 국채 시장에도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향후 12개월간 0.7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9월 당시의 절반 수준이다.
JP모건의 제이 배리 전략가 등은 최근 채권 매도세로 10년물 국채가 싸 보이지만 매수 기회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