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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내게 맞는 악기 찾기

2009-08-3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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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김 뉴욕음악원 원장

얼마 전 상담오신 분들 중에 첼로에 무척 관심이 많은 여성이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또는 음악가들의 첼로 연주를 듣고 그 소리에 무척 매력을 느낀 이 분은 본인도 직접 첼로를 배워서 연주하고 싶어했다. 첼로 외 플룻에도 관심을 보이며 어떤 악기를 택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망설이던 끝에 결국 나의 조언을 받아들여 일단 첼로와 플롯 레슨을 둘 다 각각 30분씩 짧게 한 달만 받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둘 다 시도해 본 후 한 달 뒤에 어떤 악기를 할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 달을 채울 필요도 없이 이 학생은 첫 레슨 만에 자신의 악기를 결정할 수가 있었다. 결과는 의외로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첼로가 아니라 별로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았던 플룻이었다. 상상 속의 첼로와 현실의 첼로는 다르며, 역시 상상 속의 플룻과 현실의 플룻 또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분은 자신과 맞는 악기인 플룻과 함께 지금도 열심히 악기 배우기를 즐기고 계신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직접 악기를 다루어 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


멋있고 하고 싶어서 시작은 했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나랑은 잘 안 맞는다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움이 많이 느껴질 수 있는 것이 악기이며, 반대로 별 흥미가 없던 악기도 직접 배우기 시작하면서 점점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잘 적응해 갈 수 있는 그러한 의외의 변수가 많은 것이 또한 악기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과 악기 사이의 궁합이다. 이것은 직접 내가 레슨을 받아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하고 싶은 악기와 잘 할 수 있는 악기는 다르다. 물론 하고 싶은 악기와 잘 할 수 있는 악기가 일치되는 것 이상 좋은 것은 없지만, 시도해보기 전까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조수미씨나 정경화씨 등 많은 유명한 음악가들 중에는 여러 악기를 거쳐 결국은 자기와 맞는 악기를 만나게 돼 오늘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 많다. 남들이 다 하는 악기라고 해서 또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악기라고 해서 그것만이 최선책은 아니며, 아이가 즐길 수 있는 악기, 학생 스스로가 편하게 느끼며 계속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질 수 있는 악기가 바로 궁합이 맞는 악기, 즉 진짜 내 악기인 것이다.

피아노를 칠 때는 음악에 별로 소질이 없다고 느껴졌던 아이가 첼로로 바꿈으로써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음악에 있어서 승승장구하며 결국은 전공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봤으며, 피아노가 치기 싫어 레슨 때마다 힘든 실랑이를 벌여야 했던 아이가 트럼펫을 함으로써 클래식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경우, 그리고 어렸을 적엔 피아노가 싫었던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 다시 레슨을 시작하면서 피아노의 재미에 뒤늦게 눈을 떠 열심히 해서 전공까지도 하게 된 경우
등도 있다. 마지막 경우는 궁합이 맞게 된 시기가 단지 어려서가 아니라 시간이 좀 흘러서 나이가 들어서인 경우이다. 때로는 이렇게 시간이 해결해 주는 궁합도 있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스스로가 나이가 많다고 느끼며 지레 악기 배우기가 힘들 것이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분들이 많은데 그것은 절대 옳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악기와의 궁합 또한 바뀌기 때문에 어렸을 적에 싫던 악기
가 세월이 지나 천생연분이 되어서 다시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잘 맞는 악기를 선택하게 되면 악기 배우기의 즐거움은 그렇지 않은 악기를 할 때보다 몇 배가 된다. 악기 선택에 있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있는 악기들이 있다면 몇 번의 레슨을 거친 후 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내게 맞는 악기라고 느끼는 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삶의 한 부분에서 나의 동반자가 되어줄 수도 있는 나의 악기를 만나는, 이러한 악기 선택의 과정이 선행되어 줌으로써 내게 맞는 최상의 악기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직 자신만의 악기를 찾지 못한 많은 이들이 이러한 악기 찾는 과정에서의 재미를 만끽하며 자신과 최상의 궁합의 악기를 꼭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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