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 경제학의 헛점 찔러

2009-07-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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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 청림출판 펴냄

우리는 매일 크고 작은 문제와 마주치면서 자신이 가장 이성적으로 똑똑한 결정을 내린다고 자부한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자부심의 근간에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상식적인 모든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깔려 있다. 정말 그럴까?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상식 밖의 경제학>(원제: Predictably Irrational)을 통해 자신이 수년에 걸쳐 실시한 다양하고 기발한 실험을 보여주며 이러한 생각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임을 증명한다.

왜 우리는 날마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자신과 약속을 할까? 그러다 디저트가 눈에 띄면 곧바로 그 생각이 사라질까? 딱히 필요도 없는 물건에 혹해 충동구매를 하는 이유는 뭘까? 5센트짜리 아스피린을 먹으면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50센트짜리 아스피린을 먹으면 아프던 머리가 씻은 듯이 낫는 것은 왜일까?
이 책에서 저자는 정답이 빤히 보이는 확실한 상황에서도 결국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리고 마는 우리들의 황당한 모습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댄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까지 명쾌하게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이, 왜 그렇게 중요한 의의를 지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저자의 주장은 아담 스미스 이후 전통 경제학의 근간을 뒤엎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전제는 ‘인간이란 합리적인 존재이며, 시장은 이러한 이성적인 인간에 의해 저절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러한 전제는 무참히 깨어지고 만다. 자본주의의 허점이 노출되는 순간이다.

애리얼리는 우리의 경제 행위에 영향을 주는, 이전까지는 무시되었거나 잘못 이해되었던 힘 즉 감성이나 상대성, 사회적 규범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경제 정책이나 교육 정책은 물론 개인적 동기부여나 소비자의 선택을 재검토하고 개선하는데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유머러스하면서도 번뜩이는 통찰력을 무기로 실용적인 방법들을 펼쳐 보임으로써 이 책을 누구나 읽고 싶은 필독서 리스트에 진입시키고 있다.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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