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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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값도 못하는 사람들

2009-07-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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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으려고 차량등록국(DMV)을 찾았다. 캘리포니아 주는 매 5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보통은 생일 2개월 전쯤 통보가 와서 신체나 운전 기록상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우편으로 신청해서 새 운전면허증을 받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이번 운전면허증을 그냥 갱신한다고 말하지 않고 새로 발급받는다고 표현했는가 하면 나이가 많으니까 필기시험과 시력검사를 새로 치러야 하고 사진도 다시 찍어 완전히 새로운 운전면허증을 취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필기시험은 30개 문제 중에서 6개 이상 틀리지 않으면 합격이지만 새로 갱신하는 응시자에게는 오히려 그 절반인 3개로 커트라인을 어렵게 정해놓았다. 운전면허증을 받고 30여년이 지나면서 교통법규도 달라지고 시력도 떨어졌을 것이니 새로 시험을 보도록 한 조치는 수긍이 갔으나 나이 들으니까 운전면허 같은 기본적인 생활에서조차 차별 대우를 받는 것 같아 턱걸이로 합격하고서도 별로 즐겁지 않았다.


나이가 문제되는 일은 어찌 운전면허뿐이랴. 고령이 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생활 전반에 걸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일 두드러진 현상은 신체기능의 급격한 약화이다. 이때가 되면 지각 있는 사람들은 비록 건강하고 그만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맡고 있는 직책을 다음 세대나 젊은 후진에게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옛 것이 잘못 되고 나빠서가 아니다. 세대교체는 누구도 피해 갈 수없는 하나님의 섭리이며 자연법칙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똑 같이 되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세상이 계속해서 바뀌지 않는다면 더 이상 앞으로 나갈 동력을 잃고 결국 쇠락의 길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도 계속 주역이 되고자 무대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면 그 단체는 물론 그가 속한 사회는 결코 변화와 개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이 나이 값에 맞는 사회적 책임과 본분을 다 하려면 그만큼 언행이 어른스러워야 하고 점잖아져야 할 것이다.

한인 타운에는 별 볼일 없는 노인들이 모여 기껏 왕년과 소싯적 이야기로 한풀이나 하면서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매스컴이나 타려는 이름뿐인 단체와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인사들이 꽤나 많다. 그러다 보니 생산적인 일보다는 비방과 싸움질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단체와 사람들이 없어져야 오히려 한인커뮤니티가 건전하고 명랑해질 것이라고 새삼 그래샴 법칙을 인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거기에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들을 위해 참정권까지 생겨났으니 그동안 정파싸움에 무풍지대였던 이곳에서도 여야, 좌우, 남북으로 갈라져 한국처럼 싸울 판이니 심심치는 않을 성 싶다. 일부 헛나이 먹은 사람들 때문에 한인사회도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일까.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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