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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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기

2009-07-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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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김(뉴욕음악원 원장)

많은 이들에게 어렵고 재미없으며 지루한 음악으로만 통하는 클래식 음악.
무언가 많이 알아야 들을 수 있고 이해가 될 것만 같은 클래식 음악은 정말 이렇게 친해지기 난해한 것이기만 한 것일까.자꾸 만나봐야 친해지고 정이 쌓여가듯이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날 갑자기 관심 없던 장르의 음악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음악은 경험이다. 어떤 음악에 얼마만큼 노출되어 있으며 또 얼마나 자주 접하느냐에 따라 그 특정 장르의 음악
에 대한 거부감은 그만큼 사라지게 되며 또한 자꾸 반복적으로 들음으로써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그 음악을 찾게 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아직 클래식 음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이 시기에 클래식 음악을 많이 접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이 친해질 수 있다. 고전 음악은 어렵다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기 전에 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그 깊이와 묘미에 젖어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변에서 늘 쉽게 고전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한데, 집에서 항상은 아니더라도 일정 시간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다든지,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음악회장을 찾는 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들이 있다. 부모님이 클래식 음악과 별로 친하지 않아서 무엇을 어떻게 들려줘야 할지 잘 모른다면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 채널을 틀어놓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히려 라디오 채널은 고전 음악의 다양한 장르들과 음악가들을 골고루 소개해서 들려주는 장점이 있어 초보자들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목적으로 많은 만화영화들이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여 아이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고전 음악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명한 중국인 피아니스트 Lang Lang은 어렸을 적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즐겨보다 그 만화 속 주인공이 치던 리스트의 피아노곡 ‘헝가리안 랩소디’를 듣고 반해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꿈꾼 경우로 이것은 성장기의 아이들이 처음 접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가 그 아이 일생의 음악적 취향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
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시기에 악기를 한두 가지 배우는 것을 겸한다면, 아이들은 음악 듣기의 수동적 입장에서 더 나아가 직접 연주하는 능동적 행위를 함으로써, 클래식 음악과의 친해지기는 그 효과가 배로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미 편견을 가진 채 어른이 되어버린 이들과 클래식 음악과의 친해지기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관심이 아예 없어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면 그것은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은 한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관심도 있고 친해지고는 싶지만 무엇을 어떻게 들어야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거나 낯 설은 것이 그 이유라면 그것은 그렇게 힘든 일만은 아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그리고 시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여야 할 지 몰라 시도를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내가 많이 권해주는 방법은 일단, 아는 곡부터 시작해서 자꾸 들어보는 것이다. 자신이 아는 한 두 곡을 시작으로 하여 거부감을 많이 줄인 후에는, 조금 더 나아가 명곡들, 애창곡들, 유명 클래식 곡들 등을 모아놓은 모음집들을 들으며 차츰차츰 그 듣기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모음집에 있는 대부분의 곡들은 귀에 익은 멜로디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곡들 위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입문단계의 사람들에게는 좋은 안내자가 되어주며, 또한 다양한 장르와 악기, 그리고 음악가들의 곡을 선별해서 모아놓은 덕분에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을 넓혀나가기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어느 정도의 관심과 친숙함을 가지고 라디오의 클래식 음악 채널을 조금씩 듣기 시작하며 익숙한 음악들이 들려올 때의 반가움과 고전 음악 알아나가기의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뉴욕의 좋은 점은 뛰어난 음악가들의 연주를 세계의 다른 어느 곳보다도 많이, 쉽게 그리고 저렴하게 또는 공짜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유명한 연주자들이 반드시 거처 가는 곳이 이곳이며, 재능 있고 뛰어난 뮤지션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또한 이곳이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크고 작은 좋은 음악회들이 일년내내 열리고 있으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대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음악회들을 부담 없이 접할 수가 있다. 카네기홀 웨일 리사이틀 홀에서는 많은 재능 있는 뮤지션들의 독주회, 어린이 오케스트라, 청소년 오케스트라, 실내악 등의 연주가 저렴한 가격으로 항시 열리고 있으며, 여름엔 뉴욕 곳곳의 공원에서 진행되는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회를 공짜로 즐길 수도 있다. 링컨 센터의 다양하고도 화려한 수많은 이벤트들과 음악회들 가운데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으며, 유명 음악학교들에서는 학생들의 연주를 무료로 또는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클래식 음악에의 자연스러운 다가가기를 심어준다면, 아이들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편견 없는 음악의 세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후에라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듣기를 따라준다면, 클래식 음악은 더 이상 저 높은 곳의 닿을 수 없는 세상이 아닌 내가 속해 있는 세상으로서 음악 듣기에서 오는 즐거움의 영역을 확대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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