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단편소설 작가 오 헨리(O Henry)가 쓴 “진주”(The Pearl)에 나오는 얘기이다. 한 청년이 아침 해변가를 거닐다가 모래사장 틈새에서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물체를 발견하였다. 호기심에 모래를 파헤쳐 그 물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자세히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그건 조약돌만한 크기의 아름다운 진주였다.당시의 시가로 따진다고 해도 엄청난 금액의 보석일 뿐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아끼지 않는 영롱한 빛 때문에 청년은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래서 매일 진주를 들여다보고
사는 것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진주 표면에서 조그마한 흠집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 한 가운데에 흠집이 있다니!” 무척 실망스러운 나머지 흠집을 지워 없애기로 마음을 먹었다. 연마기를 사용하여 매우 조심스럽게 흠집을 지워나가는데, 그 흠집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인지라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연마기를 가지고 사과껍질 벗기듯이 한 껍질 살짝 벗겨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흠집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때부터 청년은 제 정신을 잃었다. 흠집만 바라보고 또 벗겨내고 또 벗겨 내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마침내 벗겨내던 흠집이 깨끗하게 사라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진주가 보이질 않았다. 흠집과 함께 진주도 사라지고 만 것이다. 흠집은 하나의 뿌리처럼 진주의 핵심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그래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이었는데, 작은 흠집 하나 없애려다 진주를 통째로 놓쳐 버리고만 것이다.
우리에게도 허물이나 흠이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창조주 하나님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로 지어놓지 않았다. 그러므로 완벽에 대한 지나친 욕심 때문에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하라.
예수님을 보라. 예수님은 스스로는 완벽한 분이었지만 자기를 따르는 제자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 허물과 흠도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고 용납해 주었다.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의 인생을 감사와 감격 속에서 살아가도록 길을 터 주었다. 갈릴리의 어부였던 베드로와 율법주의자였던 바울이 이 은총을 입은 대표적인 사람들이다. 오래전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주민들이 밭농사를 시작할 무렵에 생긴 일이다. 제주도는 삼
다(三多)중의 하나인 바람이 많은 섬이다. 농부들은 농토를 조성하기 전에, 쉬지 않고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을 막는 일부터 해야 했다.
그들은 서로 힘을 합하여 지천에 널린 돌을 주어다가 밭둑을 따라가며 긴 돌담을 쌓았다. “쉬지 않고 불어오는 칼바람을 막아내려면 아주 견고하게 쌓아야 합니다. 바람 한 점 새지 않도록 빈틈없이 쌓도록 합시다!” 돌담을 다 쌓은 후 며칠 후에 밭둑에 나가보니 이게 웬 일인가? 촘촘히 잘 쌓은 돌담이 다 뒤
로 넘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도 이상하여 이번에는 높이를 낮추어 쌓았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돌을 다듬지도 않고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게 쌓아보았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아무 저항 없이 지나가도록 담벼락 여기저기에 구멍도 숭숭 뚫어 놓았다. 담은 오래 동안 든든했고 무너지지도 않았다. 이제야 농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하, 너무 완벽하면 무너지는군. 좀 허술한 데가 있어야 오히려 든든하단 말일세.” 옆에 서있는 버드나무도 그렇다는 듯 바람에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바람에 꺾이지 않으려면 유연하게 몸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도 매 한가지이다. 작은 사람일수록 사소한 완벽에 매달리고, 큰 사람 일수록 제주도 돌담처럼 구멍 뚫린 여유 속에서 최고의 길을 찾는다. 금년에는 유난히 여기저기서 바람이 많이 분다. 바람을 시원하게 관통시켜 준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큰 사람이 그립다.
김창만 목사 <온누리순복음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