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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첼시아트게이트 갤러리서 개인전 연 이찬슬 군

2009-06-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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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교함.상상력 타고난 ‘미래의 거장’

6월 1일부터 2주간 첼시 아트게이트 갤러리에서 첫 번째 뉴욕 개인전 ‘상상의 바다(Ocean of Imagination)’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 찬슬(Chancel J.W Lee. 한국이름 이종원)군은 올해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 예비학교에 입학한다.
나이로 보면 ‘막 성인으로 접어든 청년’이지만 얼굴 표정은 훨씬 앳돼 보여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전시의 제목처럼 상상, 환상, 요술, 전설, 꿈 등을 주제로 한 찬슬의 그림 역시 소년다운 상상력과 순수함, 꾸미지 않은 기교가 흘러나온다. 하지만 갤러리에서 그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본 관객들은 한결같이 언뜻 소박하기만 한 듯한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 정교함과 풍부한 색감에
감탄한다. 특히 넘치는 상상력의 근원이 단순히 어린 나이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뒤엔 ‘미래의 대가’가 태어났음을 직감한다.

찬슬은 91년 플로리다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공부를 위해 미국에 거주할 때였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엔 외국인학교를 다녔다. 어린 시절에는 크게 앓아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야 했다. 대기업 중역이었던 아버지와 예술에 조예가 깊던 어머니는 아들의 건강을 위해 적극적으로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 활동을 장려했다. 찬슬 역시 또래와는 다르게 아주 어린 나이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걸 무엇보다 즐겨했다.

찬슬은 다섯 살 때 처음 미술학원을 찾았다. 기교라고는 전혀 없지만 현재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이 충만한 그의 그림을 보고 학원 교사는 “그림에 소질이 없다”고 평했다. 한참 뒤에야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됐다. 프랑스의 명문 기관 ‘보자르’를 졸업한 선생님은 대학입시를 위한 틀에 박힌 테크닉만을 가르치는 학원 강사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던 찬슬의 재능을 금새 발견했다. 그는 절대 기교를 가르치지 않고 상상력이 맘껏 뻣어 나갈 수 있도록 장려
했다. 찬슬은 신나게 그림을 그렸고 부모님이 건강을 우려해 말릴 정도로 열중했다. 찬슬은 비근한 일상의 체험을 그림에 담는다. 해외여행 같은 시작체험이나 독서, 음악 감상 같은 문화 체험 혹은 자신의 상상, 희로애락의 심리변화 등을 그림에 쏟아낸다. 음악을 너무 좋아해 인간과 바이얼린이 결합한 ‘바이얼린 휴먼’이란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그의 독서량은 놀라울 정도이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는 더욱 대단하다. 찬슬은 도록에서 자신의 그림에 대한 설명을 직접 써넣었다. 아쉽게도 그림만 감상하고 전시회 도록을 보지 못한 관객을 미처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다.

‘ 소 두 마리가 마치 자기네들이 꽃밭이 된 듯 눈에 확 뜨이는 꽃을 하나씩 문신처럼 몸에 달려 밤하늘에 우두커니 서있다’ 2006년도에 그린 ‘밤의 농장’에 붙인 설명이다. 단시를 읽는 것 같다. 월간 ‘아트 인 컬쳐’의 김복기 발행인은 찬슬의 그림을 보고 “ 파울 클레와 장 뒤피페 같은 화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평했다. 이 두 거장은 20세기 형식주의 미술이 지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 매달리고 있을 때 인간 근원의 감성과 상상력에 기반을 둔 예술에 천착했다. 미개의 부족민과 어린이를 통해 우주의 근원을 추구한 파울 클레와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반한 추한 그림에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한 장 뒤피페 작품의 공통점인 ‘건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찬슬은 분명 ‘미래의 거장’이고 그 미래는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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