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행길의 젊은이들

2009-06-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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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세계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만1년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돌아왔다.

공항에서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머리는 길고 덥수룩한 아들을 끌어안는 순간 나도 모르게 “조상님 부처님 하느님 그리고 아들 여행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의 인사를 했다. 아들에게는 “네 모습을 보니 다운타운 홈리스들 있는 곳에 내려주면 딱 맞겠다”고 농담을 했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지만 아버지로서 지난 1년은 마음 졸인 기다림이었다. 모험을 즐기는 아들이라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덕분에 옛날 내가 잦은 해외 출장으로, 그리고는 28년 전 미국에 온 뒤로 마음 졸이며 기다리셨을 부모님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 심정을 안다는 말,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깊이 공감했다.


이번 아들의 여행을 이메일, 블로그, 전화를 통해 계속 함께 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것 2가지만 적어본다.

첫째,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종교, 인종, 경제 등 교과서적인 것을 먼저 알아보고 나열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그 나라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찾는 것이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스쿠버다이빙을, 호주와 홍콩에서는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동남아 밀림, 브라질의 아마존, 볼리비아/페루에서는 산악자전거, 콜롬비아의 행글라이딩, 곳곳의 명산에서는 등산을, 물 맑은 곳에서는 스노클링을 그리고 각국의 음식, 밤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었다.

둘째, 아들은 주로 장기 여행자들이 찾는 유스 호스텔에 묵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합숙을 했다. 세계 각국의 각양각색의 젊은이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뜻이 맞으면 며칠씩 그룹으로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젊은이들도 타일랜드에서 1명, 페루에서 2명을 만났다고 하나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공부 하느라, 일 하느라, 컴퓨터 하느라 여유가 없어 그런 건지, 털고 나갈 용기가 없어 그런 건지 들으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경제력 향상으로 한국인들도 해외 관광이 많이 늘고 비즈니스 여행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아직도 젊은이들의 세상 체험은 다른 나라 젊은이들보다 훨씬 못한 것 같다. 공부도 중요하고, 출세도 중요하며, 컴퓨터도 해야 하지만 세상을 몸으로 체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줄 수는 없을까.

우리 부모 세대들이 자식들에게 공부 돈 출세만 바라지 말고 이런 체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아들의 무사귀환과 여러분들의 배려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송정섭
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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