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선주
2009-05-22 (금) 12:00:00
어린시절부터 연예인의 꿈을 키워온 친구 J는 남녀 혼성그룹으로 데뷔하며 몇편의 CF와 함께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했었다. 너무도 행복해하던 그녀가 어느날 모든 것을 접고 옷가게를 오픈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의아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밤무대를 오가며 원치 않는 술좌석을 강제로 참석해야 한다는 소속사 사장의 협박에 결국 자신이 키워온 꿈을 접고야 말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남은 건 한장의 앨범과 악몽 뿐이었다고 말했었다.
이렇듯 공공연히 내려온 관행인 연예계 성상납과 접대문화가 몇 달 전 무명여배우 장자연을 자살로 내몰며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은 묻힌 채 진실은 답보상태에 놓여졌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장씨 사건은 결국 그녀를 자살로 몰아넣은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고인의 자필 문건을 둘러싼 폭로전과 명예훼손 소송만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 터진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는 박차를 가하는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찰의 소극적 모습에서 그저 장씨 사건을 은폐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즈음 인기스타 주지훈의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한편에서는 장씨 사건을 여론 밖으로 밀어넣으려 주지훈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소문마저 무성하다.
성상납 등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사회 권력층, 유력 인사들이 검찰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생각은 물론이거니와 장씨 사건이 얼렁뚱땅 시간 속에 묻히기를 바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들게 하는 부분이다.
이제 사회의 모순을 없애는 작업이 필요할 때다. 공공연히 자행되는 연예계의 악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하루빨리 특검제를 도입해 해당 사건이 기존 검찰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투명한 수사로 연예인 성상납 관행을 종식 시켜야 할 것이다. 속히 진실이 밝혀져 연예계의 어두운 장막이 걷히고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더 이상 지체한다면 보이지 않는 권력이 약한 자를 짓밟는 일 조차 방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는 또다른 제 2, 제 3의 장자연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