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학생 사이 성행하는‘테이크 오버’

2009-05-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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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거래 아쉽다”

▶ 웃돈 및 ·이중계약 등 부조리 많아

유학생 대부분 형편상 위험 감수

한 해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인 학생들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밴쿠버로 향한다. 그러나 과연 밴쿠버가 생각만큼 한국인들에게 관대한 곳일까?
한인 이민 역사가 40년이 넘으면서, 이민자들은 어느 정도 안정감 있게 정착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유학생들에게는 아직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유학생들은 대게 유학원을 통해 홀로 밴쿠버에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대게, 캐나다의 문화, 영어를 배우기 위한 수단으로, 홈 스테이를 선택하게 되는데, 문화의 차이, 그리고 부담스런 가격, 학교와의 거리상의 문제로, 어느 정도 캐나다 문화에 익숙해 진 후에는, 대게 홈 스테이를 떠나기를 원한다.
한국인 유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한 자료에 따르면, 80%이상이 다운타운, 그리고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운타운에 집중된 편의시설과 유흥시설, 그리고 홀로, 혹은 친구와 함께 어울려 살면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해방감도 한 몫을 차지한다고 덫 붙였다.
그러나 그들의 입맛에 맞는 거주지를 찾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일까? 일단 적합한 장소를 찾는다고 해도, 식기며, 가전제품 등을 스스로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방안으로 한국인 사이에 일명 ‘테이크 오버’ 제도가 성행하고 있다. ‘테이크 오버’란, 처음 아파트에 입주하는 세입자가 모든 가구를 갖춘 후, 한국으로 돌아 갈 때, 다음 세입자를 직접 찾은 후, 집과 함께 쓰던 모든 가구를 같이 파는 제도를 일컫는다.
실제 한국인 거주지 광고 사이트의 절반 이상의 거주지 광고가 테이크 오버를 전제 하고 있다. 굉장히 유용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에 대한 부조리는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단 가격자체가 많게는 2000 달러 이상을 웃돌며, 가구에도 하자가 많다.
또한 한국이 아닌 이상 신원보증이 확실 치 않으므로 이중 계약과 같은 사기 피해도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이러한 불이익에 맞서기 어렵다. 사실상, 단기간의 체류를 위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새로 구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집을 구하려고 해도, 대부분 ‘테이크 오버’를 전제하고 있어, 불합리함과 동시에 위험성 알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어 선택하는 상황이다.
낯선 땅에서 우연히 지나가는 한국인만 봐도,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한국인의 따뜻한 정서이다. 조국을 떠나, 가족을 떠나,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같은 처지의 한국인들에게 우리는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이제는 정말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무언가가 우리 유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혜진 인턴기자 vancouver@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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