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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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뉴욕과 미술, 그리고 교육

2009-05-0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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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애쉬캔 아트 스튜디오 원장

학부모님들, 자녀의 감수성, 감각, 이해력과 통찰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중,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자녀로 두신 분들께서 가장 염려하시는 것 중의 하나는 그들이 어떻게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잘 보내서 미래사회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느냐 하는 것
일 것입니다. 제가 20년이 넘게 성인이 되기 직전의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평소 너무나도 착하고 조용했던 학생이 순식간에 변해가는 모습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대다수의 소위 ‘비행 청소년’들은 극도로 감성적인 면이 커가는 시기에 오로지 학업 성적으로 차별되는 냉담한 부모나 사회의 태도로 큰 상처를 입었을 때 생깁니다.

청소년기에 나쁜 길로 들어서는 것은 그렇게 큰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계기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나 잘 알고 지내던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들을 통해 가깝고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속도가 빠르고, 시기를 놓치게 되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일들은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많은 부모님들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은 ‘대화’입니다. 하지만 마음먹고 대화를 하자고 하면 어느새 다 커버린 자녀와 막상 나눌 얘기가 없는 것이 사실이죠. 저는 다소 엉뚱할 수는 있지만, 가까운 미술관이나 뮤지엄 방문을 권하고 싶습니다. 고전 서양화보다는 가장 최근의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곳이 더욱 좋습니다.


현대 미술 작품은 무척이나 난해하고 때로는 자극적이기까지 합니다. 벽 전체를 차지한 커다란 캔버스 위에 아무 물감이나 잔뜩 마구 뿌려 놓은 것 같은 그림부터, 진짜 말 한 마리를 통째로 토막내어 큰 실험실 유리관 안에 넣고 그 사이를 지나갈 수 있게 해 놓은 작품, 그리고 포르노 사진이 전시장에 잘못 걸려 있는 착각을 순간 불러올 정도로 낯 뜨거운 나체 사진 작품까지, 현대 미술관에는 기존의 관념을 깨고 ‘새로움’과 ‘창의적 사고’를 말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에겐 그것들이 ‘반항’이고 ‘저급’해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왜 중요한가’ 스스로 질문하면서 대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다면 그 그림들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또한 자녀들에게 그들이 그 작품들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질문을 던져 보십시오.

의외로 그들은 열려 있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점에 놀라실 것입니다. 그림은 지식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감정을 더해 그려집니다. 감각, 감성, 감정 등은 사물이나 사건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길러주는 중요한 도구들입니다. 우리 어른 세대가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를 하기 위해선 우리가 잊고 지냈던 감성의 도구들을 다시 꺼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가 청소년기에 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엄청난 부와 세계적인 입지를 알고 느끼게 해 준 것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마천루에서 내려다보이는 뉴욕 시내가 아닌 모마(Museum Of Modern Art)를 비롯한 아트 뮤지엄 또는 갤러리들이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 서양미술사를 배우면서 보고 들었던 작가들과 그들의 유명한 작품들(미술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두는)의 상당 부분이 바로 이곳, 뉴욕에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을 방문함으로써 자녀들에게 미래에 대한 큰 포부를 심어줌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우리가 이 넓은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 또한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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