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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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PSI 가입, 북한 참견할 일 아니다

2009-04-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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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5일 북한이 ‘우주개발’을 한다며 ‘광명성 2호’를 발사했지만 이것이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여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미사일 게임’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이 요격의 조짐이라도 보이면 위력적 군사수단으로 즉시 대응타격에 나설 것”이라면서 기염(?)을 토했다.

유엔안보리가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발표하자 ‘천추에 용납 못할 범죄행위’라면서 꾸중(?)했고, 이어서 2007년부터 영변에 머물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을 추방해 버렸다. 한국을 향해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가입하면 대결포고,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들을 개발하면서 국제사회와 좌충우돌해 온 것이 저간의 역사이지만, 한국의 PSI 가입 문제까지 개입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지나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사회에는 “이런 때에 PSI에 가입하는 것은 긴장을 초래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협박에 맞장구를 치고 나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따져본다면 PSI 문제가 남북 간 비난전이나 한국 내 찬반논쟁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음을 알 수 있다.

PSI는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나 관련 물자들의 확산을 막기 위해 회원국들이 주권행사를 통해 이런 ‘문제 있는 물건’을 수송하는 선박 등을 차단(interdiction)하는 일종의 ‘의지의 동맹(coalition of will)’이며, 미국의 주도로 2003년에 결성되었다. 6년이 지난 현재 PSI에는 94개국이 가입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평화와 질서를 해칠 수 있는 무기나 물자에 대해 수색하고 압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대한 국제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PSI는 ‘문제 있는 거래’를 차단하자는 것일 뿐 특정 국가를 명시적으로 겨냥하지는 않는다. 북한이 ‘문제 있는 거래’를 하지 않으면 PSI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북한이 대량 살상무기를 거래하고 테러를 수출하는 나라로 낙인찍혀 PSI 대상국의 하나가 된 것은 북한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뿐, 한국에게 PSI에 들어가라 말라 할 게재가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에게 있어 PSI 가입은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한국은 과거 한국전쟁에서 국제사회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고, 이후 경제성장을 거듭하여 지금은 GDP 세계 13위와 무역액 12위를 자랑하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한국이 국제 평화활동에 노력과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국제적 의무이다.

아울러, 한국과 같은 무역국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 방지되고 테러가 예방되어 안전한 교역이 이루어질 때 경제적 번영을 기약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PSI 참여에는 국제적 의무를 이행한다는 측면과 함께 스스로의 외교적 이익, 국가적 위상, 경제적 번영 등을 추구하는 측면도 내포되어 있다. 한국이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는 것이나, 소말리아 해역에 문무대왕함을 파견하여 해적퇴치에 동참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이런 문제에 왜 북한이 참견해야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차제에 국내 반대자들도 한번쯤 자신들의 주장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로켓발사 이전부터 PSI 가입을 검토해 왔음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PSI 문제를 ‘대북 대결정책’으로 축소시키고 “PSI에 가입하면 군사충돌이 일어난다”는 논리로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주권국으로 영해 내에서 발생하는 안보위해 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선박에게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 이러한 주권적 권리는 한국이 PSI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가입한다고 해서 남용되는 것도 아니다.

안정 속에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한국은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긴장을 원치 않으며, 남북 간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PSI 가입도 대북 압박차원이라기 보다는 국제평화 활동의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런 한국에게 북한이 “PSI는 대북 대결정책”이라면서 시비하고 도발이라도 감행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북한이 ‘문제 있는 거래’에서 손을 떼고 책임 있는 일원으로 국제사회에 동참한다면, 언젠가는 남북한이 PSI에서 함께 국제평화 활동을 벌이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북한 하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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