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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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위기가 기회가 된 행복

2009-04-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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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유스&패밀리포커스 대표

집으로 퇴근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불현듯 행복감으로 마음이 가득 차오른다. 오늘의 행복의 실마리는 딸의 김치에서 시작된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가지런히 김치 하나와 된장국을 차려놓았기에 맛있게 먹었는데 김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와 동시에 맛 또한 기가 막힌 게 한국에서 먹어보던 깔끔한 김장 김치 맛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집간 지 9개월 된 딸아이가 담가서 조금 가져다 놓은 김치였다는 것이었다. 역시나 하면서 딸에게 맛있게 담갔다고 칭찬을 해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불현듯 딸아이의 삶이 가슴으로 묻어오기 시작했다. 직장 다니며, 취미가 각별한 배구팀으로 뛰면서, 오후에는 또 자신의 취미를 배우느라 롱아일랜드에서 맨하탄으로 분주히 뛰면서도 남편의 저녁 식사는 꼭 집에서 웰빙 음식으로 깔끔히 요리해주며 살아가는 아이다.


요즘 아이들이 외식으로 끼니를 떼우는 게 다반사인데 반해 영양과 청결함을 이유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식을 절대 안하는 딸아이다. 내가 생각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삶의 에너지와 열정이 대단하다. 가슴의 뿌듯함으로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딸 같은 딸이 없는 것 같애. 요즘 아이들이 김치를 담아 먹는다는 게 나는 내 딸이지만 믿어지지 않는다. 참 대견해. 그리고 이 엄마는 이런 딸이 있어 행복해했더니 전화 너머에서 딸의 귀여운 웃음이 넘친다. 그리고 이어서 딸에게 엄마는 너희들 어렸을 때 생활이 어렵고 하는 일이 바빠서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한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잘하는지 엄마가 고맙고 미안해했더니 엄마, 그렇게 우리가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있었으니까 우리가 이렇게 다른 아이들보다 강하고 더 잘 배우게 됐잖아. 난 그래서 그게 더 고마워하는 것이었다.

딸아이의 말이 백번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른인 엄마이니까 그렇게 깨닫고 말하기가 쉬운 것이지 겪은 어린아이들인 당사자들이 그렇게 깨닫고 말하기는 쉽지는 않은 부분이었는데도 딸아이는 대견한 말을 내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 말이 나는 또 더더욱 고맙고 감격스러워 행복의 지수가 막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삶의 행복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평범함에서부터이다. 그리고 더 큰 행복은 삶의 환경과 어려움을 극복하는데서 더 큰 보상으로 우리에게 더해질 때인 것이다. 요즘 내가 만나는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하고 특히 물질적으로 다른 부모님들처럼 자녀들에게 풍족하게 해주지 못해 마음을 아파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분들에게 부모로서 미안해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느끼실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자책이나 괴로워하시면 안 된다라고 말씀을 드린다.

물질적으로 풍성하지 못해 절약하며 살아가야 하는 생활이 조금, 아니 많이 불편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미안함, 그리고 자책으로 괴로워하는 것으로 끝나면 그 가난은 우리의 삶을 할퀴는 상처만을 내고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우리의 삶을 많이 황폐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난함을 당당히 이겨나가는 건강하고 성실한 삶의 최선을 자녀들에게 가르쳐주면 그 가난은 자녀들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평생의 값진 자산을 만들어내게 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요즘같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져 당황하는 많은 부모님들께 힘찬 격려를 드리고 싶다. 이렇게 여건과 상황이 어려워진 기회를 맞아(?) 부모님들이 넉넉하고 풍족
할 때는 자칫 소홀하게 여기게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오히려 자녀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절약하고 아끼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것을 감사할 줄 알게 하는 그 훌륭한 교육을 통한 아이들의 바른 가치관에 대해서 말이다. 아마 이것으로 인해 아이들이 자란 후에 오히려 그 어려웠던 상황을 통해 깨닫게 되었던 삶의 가치 있는 깨달음으로 인해 고마워하는 성숙함으로 우리의 삶의 축복으로 되돌아오지 않을까? 그렇다 주어진 삶에 대한 부모의 성숙한 관점과 시각에 따라 우리의 모든 상황은, 심지어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교육적 가치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일수 있는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부모의 성숙함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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