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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자녀와 함께 경제위기 대처하기

2009-04-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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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임상심리치료사>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와 불황은 우리들에게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아직 미성숙한 발달단계에 놓여 있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더 큰 심리적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대개 우리는 아이들이 나쁜 소식을 모르는 편이 더 낫다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아이들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혹은 또래 아이들이나 어른들의 대화를 통해서 매일 경제위기의 실상을 보고 듣는다. 판단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오해에 빠질 수도 있고, 이것은 결국 심각한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두 주 간 필자의 클리닉에 치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 중에서 벌써 세 명이나 경제위기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아이들은 표현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각과 감정이 마음과 몸으로 나타난다. 극도의 불안감은 안절부절 못하거나 위축된 행동, 고립, 부모에게 과도하게 집착하기, 수면문제, 집중력 감퇴, 식욕감퇴, 공격적 행동의 형태로 나타난다. 심리적으로는 낮은 자아감, 혼란감, 무력감, 분노감정, 자살충동 등이 보일 수 있다.
이 세 아이 중 두 명은 10세 밖에 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13세였다.


세 명 모두 자살충동이 있어서 부모들을 통해 병원 응급실 정신진단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다행히 입원치료가 요청될 정도의 심각한 자살충동이나 계획이 발견되지 않아 당일 귀가 조치 되었다.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 중 한 분은 몇 달 전 해고를 당해서 집세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아이의 부모님은 파산을 신청했다. 대개 불안감은 불확실성 속에서 나온다. 어떤 생각이나 사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 또는 현상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위험요소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안전요소를 과소평가하는 경우에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경제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거나 잘못 오해하고 있는 경우에 불안감을 키워나가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를 숨기지 말고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상황을 감추게 되면 오히려 아이들의 불안감이 증폭될 수 있고 걷잡을 수 없는 심리적, 신체적 증상을 유발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아이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경제위기에 대해서 효과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잘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최근 미국학교심리학회는 경제 위기에 처해 있는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첫째, 아이들에게 현재의 경제위기가 힘든 일이긴 하지만 함께 이겨낼 수 있음을 확신시켜라. 둘째,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이 나쁜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시켜라. 셋째, 아이들이 수면, 식사, 방과 후 활동 등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라. 넷
째,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와 활동을 계획해서 실천하라. 다섯째,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라. 여섯째, 아이들에게 좋은 경청자가 되어라.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함께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상의하고 함께 실천하라.

현재의 경제위기는 심리적으로 민감함 아이들에게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위기로 인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기 이전에 미리 예방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생각하는 것 같이 무조건 감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이야기하고 이겨나갈 수 있다는 확신과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 낫다. 아이들에게 어려움을 통해 위기를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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