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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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경기 침체

2009-04-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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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의 낭만시인 셀리는 ‘겨울이 오면 봄이 머지않다’는 유명한 구절을 남겼다. 어려움도 희망을 가지면 즐겁게 견디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1930년대 이후 최대의 경제 공황기를 겪고 있다. 주택 부실융자로 시작된 불황은 모든 산업을 마비시키고 실업률을 거의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수십 년 근무해온 중견사원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는 비극이 이 사회를 휩쓸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예외는 아니다. 유학생을 하숙시키기 위해 큰집을 매입했으나 유학생 감소로 집이 차압 직전에 있다고 하소연하는 가정도 있다. 미국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한 한인 여성은 매상 격감으로 수입이 반이나 줄어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비관적인 주위의 이야기, 그리고 계속되는 경제 침체에 관한 보도는 모든 사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불과 취임 두 달이 지난 오늘 그는 과감히 해결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막대한 경기부양안에 서명한데 이어 그보다 두 배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여 은행의 악성 부채를 매입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정책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위급한 경제 현실 그리고 별 대안이 없는 현 상태에서 우리는 이 정책의 성공을 기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심리적 위축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한다.

경제적 불황은 부산물로 사회에 유익한 면도 가져왔다. 공장들의 폐쇄는 환경오염을 줄여주고 있다. 폐수로 심한 오염을 앓고 있던 세계에서 가장 큰 소련의 바이칼 호수가 이제는 관광지로 개발된다고 한다. 브라질에서는 소 값이 하락하면서 정부의 통제가 없이도 자연 채벌이 감소되어 원시림의 파괴가 현저히 줄어졌다고 한다. 또한 경제불황은 이혼율을 감소시켰으며 자원 봉사자를 널리게 하였다고 한다.

비디오 가게를 운영해온 한 한인이 불황으로 문을 닫게 되자 그간 모아둔 5만5,000개의 비디오를 이탈리아 영화 애호가의 알선으로 시실리에 위치한 17세기 수도원에 비치하게 되었다. 비디오 상자가 도착하는 날은 온 마을 주민이 나와 환영을 하였으며 이것을 계기로 마을이 경제적 부흥을 일으키는 길을 열게 되었다고 CBS 일요아침 뉴스는 보도하였다.

LA에서는 김치와 삼겹살, 순대 등과 멕시코의 타코를 병합하여 만든 새로운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며 한 시간 넘게 줄을 서야 이 음식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이제 긴 겨울도 지나가고 봄의 기운이 돌고 있다.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경제침체를 ‘Pre-boom’, 즉 부흥 직전의 현상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희망을 가져보자. 그리고 거리로 나가 미술관도 둘러보고 노점에서 머리핀 하나라도 사주는 여유를 가져 보았으면 한다.


김종율/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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