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지음| 문학의숲 펴냄
법정 스님의 산문집이 새로 나왔다. <홀로 사는 즐거움> 이후 4년만이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불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정 스님의 책을 반갑게 맞는다. 우리가 번다한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왜 사는지 길을 잃고 헤맬 때,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 문득 집어들 수 있는 책을 꼽으라면 단연 법정 스님의 책일 것이다. 그 때문에 <무소유>를 비롯해서 스님의 무수히 많은 책들이 발간된지 수십년이 된 지금에도 읽히고 또 읽힌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스님의 글들은 ‘병상에서 배우다/놓다두고 가기/지금이 바로 그때/녹슬지 않는 삶/오래된 것은 아름답다’등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특히 무소유의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 삶인가를 깨우쳐 주는 동시에 읽을 만한 책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하시면서 몇 개의 책을 소개한다.
그 몇가지를 챙겨본다면 리영희 선생의 <대화> 류시화가 엮어서 펴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그리고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다. 특히 데이비드 소로우의 삶이나 철학, 간디 이후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비노바 바베의 사상과 행독,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사고방식이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깨우쳐 주고 있다.
새로운 산문집은 또한 어디엔가 매어 있는 종속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자유인의 삶을 사는 법, 또한 순간속에서 영원을 발견하고 순수와 본질의 세계를 회복하는 일에 대한 영적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육체에 찾아온 병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스님이 이제 우리에게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 한다. 삶은 순간 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을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 채 지금 이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이형열(알라딘 서점 대표)
www.Aladdinu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