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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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웨스트체스터 헤이스팅스 고교 11학년 박민지 양

2009-02-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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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의재판 우승위해 법전.판례와 씨름중”

뉴욕 웨스트체스터의 해이스팅스(Hastings) 고교의 ‘모의재판(Mock Trial)’팀 회장인 박민지(18)양.

팀내 유일한 한인인 박양은 15명의 팀원들을 이끌고 2월에 시작하는 대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매년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내 20여개 고교들이 모여 2개월 여간 진행되는 ‘고교 모의재판 토너먼트’의 올해 우승 메달을 따기 위해 매일같이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은 물론 틈틈이 법원
에 들러 수 십 년간 쌓인 판례와 법전을 뒤진다.

와잇플래인즈 소재 법원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6명의 팀원들이 나가 이중 3명은 변호사, 3명은 목격자로 역할을 분담, 모의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약 두 시간 가량 상대 고교와의 열띤 법적 공방을 펼친 후 판사를 맡은 실제 변호사 등 법조인의 결정에 따라 승리를 얻게 되면 다음 회전으로 진출하게 된다.9~12학년이 재학하는 해이스팅스 하이스쿨의 재학생은 600여명이지만 모의재판 소수정예인 모의재판 팀원과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가입이 어렵다. 12학년생이 회장직을 맡는 것이 통상적이었지만 박양은 11학년으로는 이례적으로 회장을 맡게 됐다.


1년 전 브롱스 리버데일에서 이사 온 전학생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박양의 활동상을 화려하고 다양하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박양은 학교 신문사 Buzzer의 기자로도 활약 중이다.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플롯, 피아노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2007년에 이어 지난해 12월12일에는 뉴저지 팰리세이즈 팍 공립도서관에서 열린 예술 이벤트 ‘2008 미술, 시 전시회’에서 100여명의 팰팍 주민들과 예술인들 앞에서 멘델스존과 쇼팽을연주하며 자신의 피아노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지난해 완성한 자작시 ‘시간(Time)’은 학교 매거진 뿐 아니라 시중에 출판되기도 했다. 시간이 그저 흘러가는 것 같지만 할머니가 됐을 때 내 자손들에게서 빠르게 지나온 시간이 그대로 비춰진다는 시의 내용을 듣다보면 성숙한 시상과 세계관에 고교생이 썼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밖에서는 재주꾼이지만 가정에서는 속 깊은 큰딸인 박양은 2001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 때문에 울기도 많이 했지만 적응은 물론이고 공부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었던 것은 아빠의 든든한 지도와 사회와 가정에 헌신하는 엄마의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엄마가 인생의 롤모델이라고 밝히는 박양의 고교 시절 사회봉사시간은 이미 300시간을 넘어섰다. 이민 초기 시절 자신의 어려웠던 점을 상기하며 일주일에 두 번씩 타운 내 도서관이나 커뮤니티센터에 나가 영어가 서툰 히스패닉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준다.

박용주씨와 박치정씨 사이 1남1녀 중 첫째인 박양은 앞으로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 사회의 리더로서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꿈이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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