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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혹시 내가 칭찬 없는 부모가 아닐까?

2009-02-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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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탁 CCB교육재단 이사장

어느 부모이든 다 자기 자식이 잘 되어 미래 21세기의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내 자식이 태어날 때부터 정상이 아니라서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거나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자녀라면 해당 부모의 심정은 얼마나 아플까? 정말 말 못할 괴로움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자녀라 할지라도 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 내 자녀가 사촌 형제들 보다 뒤떨어지고, 공부를 잘 못해서 좋은 학교에 입학도 하지 못한다면 그런 부모들의 마음도 아플 것이다.

그뿐인가? 자녀의 머리는 좋으나 공부를 싫어해서 학교 성적이 전혀 오르지 않고, 걸핏하면 학교를 빠져 나와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게임방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면…… 때로는 나쁜 짓을 해서 경찰에 붙들려 들어가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심각한 사고를 내서 감옥에 들어가 있게 되어 부모는 하던 일을 중단하고 변호사를 따라 법정에 자주 가야 한다면,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공부를 잘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들더니 부모 몰래 돈을 훔쳐 친구들과 어울려 자동차를 몰고 타주로 도망을 간다거나 한다면…… 해당 부모의 마음은 ‘왜 이민을 왔나’ 라고 후해하지나 않을까?


문제는 간혹 어떤 부모님들이 남의 불행을 ‘나와는 상관없어’, ‘내 아이는 그렇지 않아’, ‘내 아이는 그럴 아이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러한 일을 당한 부모들의 입장에서 볼 때 역시 처음부터 자녀들이 그렇게 태어났거나 처음부터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가정환경이 남보다 크게 달랐던 것은 아니다. 많은 부모들은 그 이유를 자녀가 친구들을 잘못 사귀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아무튼 미리미리 미연에 방지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30여 년이 넘도록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지금까지 많은 경험을 쌓아 왔다. 결론적으로 자녀가 잘못된 길로 가는 책임은 친구를 잘못 사귄 자녀의 잘못이 아니라, 99%가 부모의 잘못에 있다는 것이다.
수 십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의 경우를 한 번 살펴보자. 줄리어드 음대를 다닌 Katherine(10th grade) 이란 학생이 있었다. 어머니가 자녀의 미래에 지나친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캐나다에 살면서 뉴욕 맨하탄에 아파트를 얻어 딸을 세계적인 바이얼린 연주자로 키우려고 모든 시간과 돈, 그리고 정성을 쏟았다.

엄마는 과거 어릴 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꿈을, 딸을 통해 실현하고자 했다. ‘Like mother like daughter.’ 서양 속담처럼 딸은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많았다. 그러나 세계 Top ranking의 바이얼린 연주자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딸은 사춘기에 접
어들면서 엄마의 계획과 꿈(욕심)을 따르지 못하게 되었고 꿈은 깨어지고 말았다.

다른 예로 9학년 Kevin Lee는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가출을 했다. 부모의 말로는 친구를 잘못 사귀어 그렇게 됐다고 했지만 Kevin은 아버지가 매일같이 술 마시고 집에 와서, 엄마를 구타해서 집이 싫어 가출했다고 울면서 상담을 한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을 어찌 자녀가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 라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이렇게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욕심은 생각하지 않고 자녀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물론 우리 부모들은 누구나 다 자녀들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욕심을 밖으로 나타내지 말아야 하고 반대로 오직 사랑과 칭찬을 이용하여 자녀들의 앞날을 선도해야 한다. ‘아니, 칭찬할 무슨 근거가 있어야 칭찬을 하지’ 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겠지만 사랑의 눈으로 보면 자녀들의 잘하는 일이던, 못하는 일이던 분명히 칭찬을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물론 거짓 칭찬이 아닌 진실한 칭찬을 찾아내야 한다. 이렇게 칭찬으로 모든 자녀들을 다스려 나간다면 위의 문제들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일단 시험 삼아 욕심을 숨기고 하찮은 일이라도 칭찬으로 바꾸어 실행해 보라. 내 사랑하는 자녀의 거대한 미래가 달려있는 일이다. 시험 삼아서라도 일단 칭찬을 한 번이라도 하고 나면 그 효과는 놀랄만큼 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칭찬이 없는 가정의 자녀들에게 꿈은 결코 심어줄 수도 어떤 꿈도 기대할 수도 없다. 모든 부모들은 우리 자녀들로 하여금 미래 21세기의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 꿈은 반드시 칭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꼭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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