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경기 소나기 피하면서 실력 더 키우자”
올 봄 대학 졸업을 앞둔 한인 백지영(22)씨는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심각히 고민 중이다.
4년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고생한 부모를 생각하면 빨리 사회에 나가 돈벌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사실상 4학년이 되면서부터 취업준비를 해왔지만 아직 변변한 취직자리 하나 얻질 못했다. 1월 들어 입사 지원서를 제출한 곳만 6곳에 달하지만 여태 아무 곳에서도 연락조차 없다.
백씨는 “대학원 학비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현실에 쫓겨 전공과 상관없는 일에 매달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다고 대학원 진학을 현실의 도피처로 삼겠다는 것은 아니다. 불경기일수록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내 자신에 과감한 투자를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정은 백씨뿐만이 아니다. 백씨는 대학 졸업 후 진로로 대학원 진학을 우선순위로 꼽는 친구들이 요즘 부쩍 눈에 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대학원 입학도 그리 만만치만은 않을 전망이어서 걱정도 크다고. 대학원 지원자는 증가하지만 대학마다 예산부족으로 정원 확대는 꺼려 입학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명문대학들마다 올 가을 대학원 입학 신청서 접수가 크게 늘고 있다. 아이비리
그인 예일대학과 다트머스칼리지가 9%씩, 프린스턴대학이 9.5%, 미시건대학도 7%씩 지원자가
늘었다. 박사과정 지원자만 보면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노스웨스턴대학은 무려 16%, 존스 합킨
스 대학은 12% 등 두 자리 수 증가를 보였다.
대학원 입학뿐만 아니라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지원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미 전국의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 평균 학비는 2,402달러로 4년제 공립대학(6,585달러)의 4분의1, 사립대학(2만5,143달러)의 10분의 1수준으로 학비가 저렴한 것이 이유다. 2년제를 거쳐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4년제 대학을 다니다가 또는 실직한 근로자들이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해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도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시장에 뛰어들기를 두려워하기는 학부 졸업생뿐만 아니라 경영대학원 졸업자들도 마찬가지다. 경영학석사 직업서비스협회 조사 결과 올해 경영대학원의 56%가 기업의 신규채용이 올해 급격히 줄었다고 답했고, 기업채용 공고도 10% 이상 감소되는 등 취업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취업도 어렵고, 대학원 입학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지만 사회 진출을 앞뒀던 예비 졸업생들은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불경기가 끝날 때까지는 캠퍼스에 발을 담그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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