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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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한국밥상이라 할 수 있을까?

2009-0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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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국제결혼’한 사람들에게 집에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어느 나라 음식이냐, 라는 의미일 게다. 나도 얼마나 자주 한국음식을 먹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런 질문에 답하기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우리의 오늘 저녁 메뉴는 다음과 같다: 새로 담근 김치, 오이무침, 현미밥, 콩자반, 인삼 콜라. 하나씩 분석해 보자.

새 김치. 당일 혹은 그 전날 만들어서 바로 냉장고에 넣어 둔 배추김치다. 절인 배추에 마늘, 생강, 소금, 파, 그리고 고춧가루를 넣어 담근 것이다. 새우젓은 안 들어갔다. 익지도 않았으니 김치라기보다 김치 샐러드라는 편이 옳겠다. 아내는 대개의 한국인이 그렇듯 배추의 살인 흰색 줄기부분을 좋아하는데, 나는 미국식 샐러드처럼 녹색의 잎 부분을 좋아하니 우린 김치를 먹을 때도 천생연분이다.


다음엔 오이 무침. 그 반찬은 내가 어릴 적 디트로이트에서 자랄 때 먹었던 것과 거의 같다. 어머니도 썬 오이를 소금, 식초, 설탕에 절여서 식탁에 내곤 하셨다. 그래서 이 음식은 내게 유년시절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한국식은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어 더 맛깔스럽지만.

또 하나는 현미밥. 우리가 현미밥을 먹기 시작한 것 최근의 일이다. 수년 동안 나는 흰쌀밥에만 익숙했었다. 몇 년 전 이천에서 그곳 도자기만큼이나 알려진 이천 쌀밥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특별하게 맛있던 그 밥을 음미한 후에야 흰밥의 진미를 더욱 알게 되었다. 현미밥은 건강상 어쩔 수 없이 먹는 것이다.

콩자반. 이 반찬은 그 섬세함으로 미국 친구들을 놀라게 하는 음식이다. 약간 딱딱한 채로 상에 오르는 이 음식은 엉켜있지 않고 물컹하지 않아 좋다(남부가 고향인 어머니의 음식은 가끔 북쪽 사람들로부터 그렇게 오래 끓여서 죽을 만들어 먹느냐는 놀림을 받곤 한다). 젓가락으로 한두 알씩 집어 먹으면서 식사시간을 늘리고 콩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음식이다.

마실 것은? 한국식탁에는 대개 물, 보리차, 옥수수차가 상에 오르지만 한인들은 일반적으로 작은 컵 하나 이상은 마시지 않는다. 나는 음료수를 하나 더, 그리고 또 하나 더…를 부탁하면 서 미국인임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

오늘의 우리 음료는 콜라인데, 한국음료가 아니어서 위의 반찬들과 좀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콜라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몇 년 전엔 한국산 ‘팔이오 콜라’를 마시는 것을 많이 봤다. 맛있고 이름도 특이해서 좋아 했는데 지난해 가서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고유 음료는 아닐지라도 각 나라, 각 지방, 각 그룹에서 만드는 콜라는 언제나 새롭다.

‘콜라’가 우리 저녁상에 어색하게 들리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인들이 옥수수 시럽으로 만든 소프트드링크의 과다소비를 재평가하면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인들이 과체중의 주요 원인의 하나인 이 음료를 식사 때마다 1리터 혹은 그 이상을 마시는 걸 보면 무시무시할 정도다.

1960년대엔 콜라를 작은 컵 하나 정도인 8온스의 작은 유리병에 팔았었다. 아까워서 천천히 조금씩 마셨던 기억이 난다. 12온스의 캔이 처음 나왔을 때 한 캔을 다 마시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도 생각난다.

오늘 우리의 콜라는 ‘인삼콜라’다. 생산 회사가 한둘 밖에 없어서 대량생산 되는 일반 콜라보다 훨씬 비싸긴 해도, 콜라의 기본 맛인 계피, 바닐라, 라임에 쌉쌀한 인삼을 약간 섞은 완벽한 콜라다. 달콤한 맛도 있어 한국 음식을 더욱 맛나게 한다.

오늘 저녁상을 한국식이라 해야 할까, 미국식이라 해야 할까? 우리 밥상의 국적도 단정하여 말하기 어렵지만, 아들이 장가가서 살림을 날 때쯤이면 더욱 그러리라. 우리 것보다 더 세계적으로 섞여진 메뉴의 밥상을 차리리라. 그런 저희들 밥상에 아내와 나를 많이 초대해주었으면 좋겠다.

북켄터키 대학 전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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