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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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중고 포드 아리랑

2009-0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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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자동차 등록절차로 스모그 체크를 하러 갔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번 가는 한인 업소에서 테스트를 마친 후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봤다.

“이 차 계속 잘 탈 수 있을까요?” 아저씨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그럼요. 아직 10년은 거뜬히 탈 수 있어요”

속으로 ‘야, 10년이나 더? 이 차를?’ 하며 “그럼 계속 타도 되겠네요”라고 했다.


아저씨는 또 피식 웃었다. “뭐, 돈도 별로 없으신 것 같은데 그냥 타세요. 돈이 있으면 럭서리한 차가 좋지요”

이번엔 내가 피식 웃었다. 내 외모는 분명 돈이 있다고 할 수 없게 보였을 테니까.

내 차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포드 토러스이다. 그리고 구입한지 10년도 넘은 당당한(?) 1997년산이다. 지난여름 어머니가 “너 새 차 사야지” 하셨을 때 “왜? 멀쩡한데? 잘 나가는데 왜 사?”라고 대답해서 어머니를 갑갑하게 해 드렸다.

아마 이건 서양식 실용주의 생각으로 한인들은 개인의 가치를 자동차로 결정을 하는 것 같다. 친구들 중 서양 친구들은 구식 셰비니 폭스바겐 제타니 각각 개성을 살려 구입하는 편이지만 한국계는 주로 렉서스, 벤츠, BMW이다. 이런 차 아니면 가난한 축에 들게 된다.

베니스에서 한인타운 쪽으로 운전을 해보면 이런 경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서쪽에서 종종 눈에 띄는 차는 도요타 하이브리드인 반 석유, 반 전기의 프리우스다. 이 차는 주로 백인들이 애용을 하고 이들은 지구 환경보호에 신경을 많이 써서 필히 병이나 캔, 플래스틱을 재활용하는 사람들인 반면 한인타운 자동차 문화는 벤츠, 렉서스, BMW이다.

우리에겐 실용적인 것보다 부의 상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무슨 차를 운전하나? 어떤 가방을 들었나? 구두는? 지갑은? 꼭 한인들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참 눈에 띈다. 아마 체면을 중시하는 냉수 마시고 이 쑤시는 정서의 연결인 것 같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인들은 빚을 내더라도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 자신도 완전히 둔한 건 아닌 모양이어서 자동차 미캐닉 친구에게 자동차를 다른 색으로 페인트를 할까 한다고 했더니 하지 말라고 극구 말렸다. 초록색이 이젠 질려서 그런다고 하소연 했더니 친구는 ‘그럼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라’고 했다. 페인트 새로 할 만한 값어치도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통계 전문가인 다른 친구는 차는 오래 탈수록 돈을 버는 거라고 해서 새 차를 구입할까 하는 생각을 버렸다.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갈 때면 한인 자동차 문화에 대해서 잘 알기 때문에 좀 불편하고 미안하지만 그래도 한동안 버틸 생각이다. 잘 나가니까. 오래되고 질린다고 꼭 바꿔야 하는 건 아니니까. 고기도 안 먹었는데 이를 쑤실 이유는 없으니까.

서예지
문학박사·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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